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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의 시대 -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경제·복지 패러다임
서상목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얼마전 오랜만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대학로에 갔다. 대학로에 마지막으로 간 것이 올 1월이었다. 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하여 작년 10월부터 문화카페에 가입한 이후 열심히 대학로를 오갔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공연관람이 점차 제재를 받게 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확산으로 공연관람을 중단하였다. 그리고 8개월만에 찾은 대학로는 웬지 썰렁하였다. 평일 오후라 그러려니 하기에는 너무 한산하였다. 더구나 맛집이라 다시 찾은 레스토랑은 폐점을 하였다. 예술의 거리로 활기가 넘쳐나던 대학로는 코로나 19의 확산에 직격탄을 맞은 공연계의 여파로 웃음을 잃은 삐에로의 얼굴처럼 조용했다. 코로나 19의 확산은 전 세계를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딸은 항공사 여승무원인데 코로나19의 여파로 돌아가며 휴직을 한다고 한다. 때문에 올해 결혼을 앞둔 친구의 딸은 결혼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얼마전 인터넷 뉴스에는 항공사 승무원이 기자와 전화인터뷰도중 항공사로부터 해고사실을 통보받았다며 전화인터뷰를 중단해야겠다는 기사를 보았다. 당장 나에게 닥친 어려움이 없기에 실직에 대한 체감지수는 얼마안되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뉴스에 불안지수는 점점 커져만 간다.
지금 나의 일자리는 과연 언제까지 보장이 될 것인가?
나의 직업은 미래에도 존재하게 될까?
나의 노후는 과연 안정적일까?
4차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시대, 예기치 못한 감염병의 확산, 예측불허의 미래, 이 모든 것들이 지금까지 우리가 든든하다고 믿어왔던 일상들을 흔들어 놓고 있다. 코로나19의 사태를 겪으며 누구나 예상하는 것은 코로나 이전의 상태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비상 상황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가 비상후에 일부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만 일부는 정착문화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19시대는
무엇이 달라지고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 것인가.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기업은 어떻게 상생의 길을 찾을것인가.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처 해야하는가
이러한 문제의식이 필요한 때 시기적절하게 <균형의 시대>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정부의 인사로서 정부정책을 담당했던 저자는 포스트코로나19시대에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상생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일선에서 일했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안해 놓았다.
저자의 이력은 책 앞날개의 소개로 모자라 책속에서 다시한번 지면을 활용하여 소개되고 있다. 저자 서상목은 50년간 경제와 복지 분야에서 연구 활동과 정책 만들기에 앞장선 정책 전문가이다. 1988년 정계에 입문해 제13, 14, 15대 국회의원과 1994년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입법부와 행정부에서 정책 전문가로 활동하였다고 한다. 저자는 정부기관의 일원으로 여러 정권들을 거치며 시행되었던 정책들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보완하여 새로운 정책들을 만들어 시행하였다. 이례적으로 저자의 이력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책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정책들이 저자의 이력과 결코 무관하지 않기에 소개해보았다.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사회전반적인 문제들(2040세대의분노, 노인빈곤, 좌파우파갈등, 코로나19사태등) 에 대해 설명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2장은 경제는 시장원리에 의해 작동되어야 한다는 원칙아래 성장과 분배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으로 일자리 창출을 제시한다. 3장은 기본소득제에 대한 저자의 구체적인 제안을 제시하였다. 4장은 정부, 기업, 개인이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복지사회로의 전환을 제시하며 그에 대한 세부적인 정책들을 제안해 놓았다.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복지 사각지대는 노인 빈곤과 노인 자살문제이다. OECD국가 평균 13.5%의 세 배 이상 되는 43.8%의 노인 빈곤율, 그리고 55세가 넘으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급상승하는 자살률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 불균형의 시대를 넘어 균형의 시대로 38p
고령화 인구의 증가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세대가 이제는 우리사회 관심밖의 대상이 되어 심지어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이에 대한 이유로 공적연금의 역사가 일천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민연금, 기초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3개의 제도가 있지만 모두 부실한 탓에 결코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3년간 만 19~34세 미취업 청년에게 매월 50만 원수준의 수당을 최소 3개월에서 최대6개월간 지급하기 위해 1008억 원을 2020년 예산에 책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2020년 하반기부터는 중위소득 120% 이하의 서울 거주 청년 1인 가구 5천 명에게 월 20만원의 임대료를 지원한다고 한다. 이에 뒤질세라 경기도 역시 도내 3년 이상 계속 거주한 만24세 청년에게 청년수당을 분기별로 25만원 씩 최대100만 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기로 하고 2020년 예산 1054억 원을 배정하고 있다. 2. 시장을 이길 정부는 없다 146p
한창 일해야 할 청년들에게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것보다는 일자리를 마련하여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현 정부는 청년들에게 변형된 기본소득인 청년수당을 지급하고 노인들에게는 허접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저자는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정부 경제 정책을 친기업으로 전환하고 각종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되도록 경제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노인 복지 정책의 우선순위는 궁여지책으로 만든 일자리 사업보다 적정 수준의 기본소들을 제공하는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기본소득제'는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매월 일정 수준의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3.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의 길 208p
우리는 이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거의 모든 가구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받았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제'의 정책도 실현가능한 것이 아닐까? 저자는 이에 대해 실현가능성을 기대하며 그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을 제안한다. 즉, 기존 복지제도와 조세 감면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개혁이 이루어지면 당장 내년부터 월 3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주 리버사이드 시청 앞 광장에는 세 개의 동상이 있다고 한다. 마틴 루터 킹목사, 마하트마 간디, 그리고 한국의 도산 안창호선생의 동상이다. 세 사람 모두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라'는 의미의 '愛己愛他 리더십'을 몸소 실천한 지도자들이다. 사회적 가치시대에 필요한 리더는 카리스마를 갖춘 리더가 아니다. 자신보다 전체의 이익을 우선하고 강인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 가장 이상적인 리더십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포스트코로나19시대
상생의 길은 복지사회 구현
20세기초 경제적 가치가 우선인 시대에서 4차산업혁명시대인 지금은 사회적 가치가 부각되는 시대이다.
인간은 자신이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행복하고 남을 도울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즉,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이기적이고 물질주의적인 사고에서 공동체 중심, 삶의 가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저자는 나눔 문화 확산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한다.
기업은 이익창출의 경영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경영이 기업경영의 핵심가치가 되어야 선순환의 생태계가 구축된다.
정부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역할 분담 원칙을 정립하고 민간의 협치에 기반한 '복지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과거에 시행되었던 정책들부터 현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까지 세세하게 일러주며 개선해야 할 방안이나 포스트코로나19시대를 맞아 새롭게 시행해야 할 정책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그 중에서 가장 나의 관심을 끄는 부분들을 골라 소개해 보았다. 좀 더 세세한 것들이 알고 싶다면 책 속에서 확인해 보면 좋을 듯하다.
이 책은 저자가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토대로 수정 집필한 것이라고 한다. 요즈음은 신문보다는 스마트폰에서 기사를 보게되는데 그 중에서 경제,사회면의 기사를 모두 모아서 한번에 읽은 듯한 느낌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경제, 사회소식에 무지했는가도 깨달았다. 급변하는 사회에 불안해 하기만 하였지 알아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혼자서 잘 사는 나라는 결코 지속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새기게 되었다.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닌 개인과 기업 정부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균형의 시대>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각자의 역할을 확인하였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내용도 어렵고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을 듯 하였다. 그러나 의외로 책은 술술 읽혔고 내용 또한 재미있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현안들에 대해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세세하게 설명해주어 이해하기가 쉬웠다. 또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한 정책제안들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제안한 정책들이 얼마만큼 실용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려운 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저자가 깊이 고심한 것만은 분명하다. 부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저자가 말하는 공감사회,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복지사회가 실현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