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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기전>
전작인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읽고싶은 책 리스트에 담아놓았는데
다음 작품이 4년만에 나왔다 이번 제목도 마음에 든다. 우선 신작부터 읽기로 하였다.
<책을 읽고>
책의 제목이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라서 그런 것일까 정말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읽었다.
하지만 읽어내려갈 수록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저자의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었고 한 구절 한 구절이 모두 와 닿았다.
젊은 감성이 들어있어 사이다같은 발언도 거침없이 날려준다. 개인적으로 이런 에세이를 참 좋아한다.
책속 페이지마다의 글밥은 많지 않지만 오히려 함축된 글 속에서 전달되는 의미는 훨씬 강했다.
어떤 글은 저자의 일기를 보는 듯, 어떤 글은 친구와 얘기하는 듯, 어떤 글은 저자의 강의를 듣는 듯 했고 어떤 글은 연륜있는 선배의 조언을 듣는 것도 같았다.
갑자기 저자의 이력이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의외로 젊고 예쁜 작가의 사진이 나왔다. 이렇게 삶의 철학이 가득한 책을 쓴 작가라면 나이 지긋한 분이겠거니 했던 나의 편견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또 한 편으론 삶의 순간순간을 저자만의 철학으로 만들어 글 속에 담아놓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강연도 해준다는 것이 존경스러워 보였다.
게다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캐릭터까지 직접 그린 일러스트는 멋지고도 부러움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서론이 좀 길어졌다.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은 인간관계에 대한 책으로 인간관계에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라고 하며 인간관계의 균형에 대한 책이라고 하였다.
즉, '인간관계는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 좀 더 편안한 인간관계를 위한 나다운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도록 조언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은 6장으로 구성 되어 있다.
자존감을 지키며 나답게 살아가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며 당당하게 살고,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과 사랑을 배워가며 사는 것에 대한 내용들을 저자의 주옥같은 글들과 함께 명언들, 재미있는 일러스트그림을 곁들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문장 하나하나가 모두 명언처럼 느껴져 모두 담아내고 싶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나의 경험과 비슷하고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몇가지 내용들을 소개해 보겠다.
3장-호인과 호구의 차이-100p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인 애덤 그랜트의
<기브앤테이크>라는 책에서는 호혜의 원칙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사람마다 상대에게 주거나 받으려는 양에 차이가 있는데 애덤 그랜트는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으려는 테이커(taker),
받는 만큼만 주고, 주는 만큼만 받는 매처(matcher),
다른 사람의 이익을 생각하고 조건없이 먼저 베푸는 기버(giver)로 성향을 구분했다.
3장 -호인과 호구의 차이- 100p
위의 연구중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것도
가장 성공한 것도 기버라는 것이다.
즉, 기버도 호구형 기버와 호인형 기버로 나뉘는데 호구형 기버는 스스로를 돌보는 것을 어려워 하고 상대가 테이커라 할지라도 관계를 지속하며 자신을 소진시킨다.
반면 호인형 기버는 누구에게나 먼저 베풀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고 계속 받기만을 원하는 테이커와는 거리를 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종종 착하게 살면 손해를 볼 거라 걱정하지만 착하다고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 아무에게나 착했기에 손해를 보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지나친 경계심도, 분별없는 이타심도 아닌 세상의 양면을 함께 바라보는 힘이자 테이커를 걸너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남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언니가 있다. 그런데 가끔 무조건적인 베풀기로 스스로 상처도 많이 받는 것을 본다. 받기만 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주기만 하지 말라고 해보지만 본인이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더 이상 내가 관여할 수는 없기에 내버려둔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이 말은 영화 '부당거래'에서 류승범이 했던 대사로 유명하다. 너무나 공감이 된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고맙게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받는 것이 익숙해지고 그리고는 그것이 당연시 되는 것을 종종 본다. 물론 나같은 성격은 하나를 받으면 꼭 그 이상을 주어야 되고, 그래서 받는 것이 부담스러워 되도록이면 안 받으려고 하지만 받는 것에 익숙해 지는 사람들도 있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 피해는 진실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대가로 받는 벌이다.
-법정스님- 본문중에서 103p
3장 -사과는 늦더라도 옳다- 134p
<인간관계론>의 저자 데일 카네기는 사과는 빠를수록 좋다고 하였다. 그런데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적절한 사과할 타이밍을 놓칠 경우 사과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그래서 어영부영 지나간다.
그로인해 때로는 상대와의 관계가 소원해 질때가 있다. 때문에 저자의 '사과는 늦더라도 옳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얼마전 직장동료와의 갈등이 있었다. 동료의 갑질 아닌 갑질로 나는 무척이나 상처를 받고 자존심이 상하게 되었다. 때문에 그 동료와의 관계는 어색해졌고 일적인 것외에는 일체 대화가 끊겼다. 한달이 지나고 그 동료가 식사자리를 마련하며 화해를 청했고 사과를 하였다. 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어렸는데 언니라고 부르며 지내던 터였다. 그녀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며칠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관계가 회복될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본인도 많이 힘들었으며 정식으로 사과를 해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늦었지만 사과한다고 하였다.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미안하다고 하는 말한마디가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또한 5장에 보면 -그걸 꼭 말로 해야 압니다-편이 있는데 특히 사과는 말로 해야 상대방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조바심 내지 않기-
저자는 '후회 하는 것'을 질색한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저자의 말처럼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을 바라보며 자책하는 것'처럼 시간낭비가 없고, 불필요한 힘의 소모가 없다.
'맙소사, 스물셋이라니'
하지만, 스물 셋이 되어보니,
스무 살의 앳됨이 보였고,
스물여섯이 되어보니,
스물셋의 가능성이 보였고,
스물아홉이 되어보니,
스물여섯의 청춘이 보였다.
20대뿐이랴.
40대에는 30대를 어리다 하고,
50대에는 40대를 젊다 하며
60대에는 50대를 한창때라
이야기한다.
4장 -조바심 내지 않기- 본문중에서
부동산학 박사 제대로 교수가 쓴 <나는 매일 아모르파티를 한다>에 보면 동아일보 칼럼에 실린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 이야기가 나온다. 내용은 어르신이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63세에 은퇴를 하였는데 남은 인생은 덤이다 생각하며 덧없이 30년을 흘려 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95세가 되어서 그 30년의 세월이 후회되었고, 앞으로도 10년,20년을 더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어학 공부를 시작였다고 한다. 10년후 105번 째 생일날 95세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삶은 망설이기엔 너무 짧고, 조바심을 내기엔 너무 길다' 라는 김수현작가의 말처럼, 95세 어르신의 얘기처럼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 하지않으며,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5장-마음을 물어주세요-198p
우리가 상대방을 위로한다며 하는 말들이, 혹은 누군가가 나를 위로한다며 하는 말들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고 전혀 공감이 가지 않을 때가 있다.
'너만 힘든게 아니야. 다들 견디며 사는 거야'
'나도 그랬다, 다 그렇게 산다. 힘내라'
뻔히 아는 말이지만 결코 위로는 되지 않는다. 그럴 때 해결책을 주는 대신 상대가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그 마음을 물어주고 "네 마음이 그랬다면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상대의 마음을 수용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그리고 내 의견을 덧 붙인다면 충분히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인중에 2년전 남편과의 사별을 힘들어하여 병원도 다니고 약도 먹는 지인이 있다. 그녀에게는 '너만 힘든게 아니야. 다들 견디며 사는 거야'라는 말은 결코 위로가 될 수 없었다. 그녀는 차라리 그녀의 이야기를 그저 들어주는 것이 위로가 된다고 하였다. 그렇기에 내가 다만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그녀의 마음을 물어봐주고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책 속의 문장들을 읽으며 연신 '맞아 맞아'라는 생각을 하며 읽어내려갔다.
한번 읽고 끝나는 것으로는 결코 채워지지 않을 내용들이다, 위로가 필요할 때 인간관계를 다시한번 점검하고 싶을 때마다 한번씩 꺼내어 다시한번 되새겨 봐야하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책 뒤에는 사전 독자단의 평들이 한마디씩 실려있는데 그 중에서
'따뜻한 위로에 그치지 않고 훌륭한 조언도 함께 있는 책! 주변에 지금 힘들거나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라고 하신 사전 독자단 노희동님의 말은 이 책을 매우 적절히 표현해 놓은 것 같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쉬운 문장들, 그러면서도 삶의 철학이 담겨있는 깊이있는철학성, 전문가의 의견들을 실어놓은 전문성, 또한 명인들의 명언을 적재적소에 인용한 명쾌함, 일러스트를 통한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센스있는 전달은 다른 책에서 볼 수없는 구성이며 신선하고 김수현 작가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하는 듯하다. 현재 서점가에서 인기순위에 들어 있다고 하니 비단 나만 이 책의 매력에 빠진 건 아닌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전작인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라는 책이 더 읽고 싶어졌다.
또한 저자의 다음 작품을 빨리 만났으면 하는 기대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