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한강을 읽는 한 해 (주제 1 : 역사의 트라우마) - 전3권 - 소년이 온다 + 작별하지 않는다 + 노랑무늬영원
한강 지음 / 알라딘 이벤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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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맥도날드에 앉아 흰을 펼쳐보았다. 첫 페이지가 이렇게 시작한다.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 (한 칸 띄고, 세로로 다음과 같은 단어들이 주욱 써 있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 흰 새, 하얗게 웃다, 백지, 흰 개, 백발..“

이어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한 단어씩 적어갈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일전에 사자마자 펼쳐보면서 나도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대로 책장을 덮어버렸다. 늘 그랬듯 한번 덮은 책은 다시는 열리지 않았고, 기어이 그녀가 노벨상을 받고 나서야 펼쳐지기에 이르렀다.

그녀의 글을 읽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고통스럽다’는 표현을 하는 것 같다. 나는 이따금 그녀가 쓴 글의 파편이나 출판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면서 기괴하다고 느꼈다. 그녀의 문장이든 그녀 자체든. 말 그대로 퀴어queer하다고 말이다.

무엇이 되었든지, 기괴하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나에게는 흥미 없는 무엇이라는 뜻에 다름 없었다. 나는 무엇이든 좋고 재밌고, 크거나 예쁘거나 아름답거나 성공한 것, 멋있는 것을 좋아했다. 좋아하는 영화라면 단연코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나 탐 크루즈가 나오는 드라마 류였고, 신발은 나이키, 축구는 독일을 좋아했다.

한강 작가의 문학적 심상은 나의 그런 시선들과 대척점에 있는 것 같았다. '흰'은 그렇게, 작가가 자신 안의 독특함의 세계속으로 파고들면 얼마나 독보적이고 아름다운 문학적 결정체가 나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나에게도 나만 가진 독특한 시선이 있다면 무엇일까, 무엇이 되어야 할까, 짧은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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