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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이번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제목이 먼저 나를 확 끌어당겼다. 얼마나 심오하게 글쓰기에 대해 생각했으면 뼛속까지 내려가라고 했을까.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이 책의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는 유태인이고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이고 이혼경험이 있는 여성이다. 그리고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페미니스트이다. 내가 그녀의 글을 통해 얻게 된 느낌은 그녀는 자신에 대해 진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삶에도 진지하고 세상에도 진지하고, 그래서인지 그녀가 말하는 글쓰기도 진지하다.
이 책은 저자의 선(禪)체험이 바탕에 깔려 있다. 저자는 글쓰기는 자기 마음의 본질적인 외침을 적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글쓰기는 마치 구도를 행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래서 더 좋았다. 삶에 대한 철학적인 내용은 정말 감동이었다.
p39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그렇지 못한 것은 그저 사람마다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세에서 그 때를 만날 수도 있고 죽은 후에야 찾아올 수도 있다. 빠르고 늦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계속 써라.”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관조적인 철학을 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평소에 내가 쓴 글이 나를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글과 나는 같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탈리는 이런 고민을 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P 67 "나와 내가 쓴 작품은 별개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라. 물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반응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상관없다. 우리가 힘을 얻는 것은 언제나 글 쓰는 행위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P69 “시에 들어가 있는 단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 몸을 빌어 밖으로 표출되었던 ‘위대한 순간’이다. 그 순간을 잡아내 그로 옮길 수 있도록 항상 깨어 있는 것이 작가가 할 일이다.”
또, 무엇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에서도 저자는 두려움 없이 써야 한다고 말한다.
P 71 “작가는 두려움 없이 무조건적으로 모든 것을 써 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글쓰기와 인생 그리고 정신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경계가 없다. 자동차를 먹는 사람을 창조해 낼 정도로 생각을 자유롭게 하는 사람만이 개미를 코끼리로 만들고 남자를 여자로 바꿀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글쓰기와 내면의 일치를 말하고 있다. 저자의 선(禪)체험이 드러난다.
P 72 “마음이란 순식간에 위대한 도약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저자는 이렇게 삶을 뛰어 넘는 경지를 말하는 내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P 92 “결국 당신은 돈을 버는 일보다 글을 쓰기 위해 바보가 되는 것도 무릅쓰는 글쟁이의 인생에 더 끌리고 있는 것이다.”저자는 진정한 글쟁이다.
그리고 저자는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지 정말 제대로 안내해 준다.
P 117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이를테면 분노라는 단아를 사용하지 않고서, 무엇이 당신을 분노하게 만드는지 보여주라는 뜻이다. 작가는 슬픔과 기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독자의 마음을 슬픔과 기쁨의 골짜기로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P 164 “그래도 또 다른 노트를 꺼내, 다른 만년필을 잡고, 쓰리. 그냥 쓰고, 또 쓰라. 세상의 한복판으로 긍정의 발걸음을 다시 한 번 떼어 놓아라. 혼돈에 빠진 인생의 한복판에 분명한 행동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 그냥 쓰라. 그래! 좋아! 라고 외치고, 정신을 흔들어 깨우라. 살아 있으라.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P 183 “글쓰기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만약 당신이 글을 쓰는 이유를 찾아낸다면, 그것은 어떤 이유든지, 글 쓰는 행위를 부정하기보다는 자신을 더 깊이 불사르며 글쓰기 속으로 몰입하게 해 줄 것이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또는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어 하는가?라고 묻되, 깊이 생각하지는 말라. 그 대답은 펜을 잡고, 종이 위에 분명하게, 단정적인 진술로 하라.”
이번 책은 정말 모든 구절이 좋았다. 책의 구절 하나하나가 마치 수도를 하는 수도승처럼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처럼 나를 빨아 들였다. 특히,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구절은 바로 내가 내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치 이 구절은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P 219 “작가가 되려면 아주 깊은 믿음이 따라야 한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깊은 진실이다. 그리고 만약 작가가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작가가 되는 것,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나머지 인생동안 가야 할 길이다. 나는 이 사실을 다시 또 다시 기억할 것이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좋았지만 이 구절은 정말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