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 원재훈 시인이 만난 우리시대 작가 21인의 행복론
원재훈 지음 / 예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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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직 글 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오직 작가만이 할 수 있는 말, 나도 이런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책을 샀던 기억이 있다.

저자 원재훈 시인은 작가들을 찾아다니며 작가의 이야기를 책으로 옮겼다. 작가들의 문학에 대한 생각과 작품이야기, 그리고 작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의 제목 또한 윤대녕 작가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작가라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많은 나에겐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번 연휴에 여행을 가기로 했다. 내가 보는 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고 사색할 수 있다는 것을 나 또한 경험으로 얻어서인지  p 108  “비즈니스맨이 해외로 출장을 가는 게 일인 것처럼, 작가가 여행을 하는 것은 일하는 것이다. 비즈니스맨은 출장을 가면 회사에서 돈이 나오지만, 작가는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 가야 한다. 이른바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한 순수 제작비는 만만치 않다. 글은 골방에 앉아 원고지와 연필만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결과일 뿐이다. 그 과정은 그 어떤 사업보다도 파란 만장하다.” 라는 말에 아주 깊은 공감이 갔다.

특히, 김연수 작가에 대한 이야기에서 아주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

p170 “김연수의 소설은 나무가 나뭇잎을 떨굴 때 만들어지는 ‘떨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겨울이 되면 물기 머금은 나뭇잎은 얼어버리기 때문에 가을 즈음에 떨켜가 나뭇가지와 나뭇잎의 사이를 막아 서서히 나뭇잎은 물든다. 그 순간 나뭇잎은 아름답게 불탄다. 생에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나뭇잎은 불타다가 떨어져 내린다. 예술과 소설도 그런 것이리라. 신록과 녹음의 계절이 지나고, 일상과 상상의 모든 공간, 고통과 치욕의 삶을 살아내다가 순간 떨켜가 생기면서 서서히 그 빛을 드러내는 화려한 종말.” 나는 이 이야기가 이해가 되었다. 삶을 승화시켜야 예술이 된다.

정호승 시인의 시 “밥 먹는 법”에 나오는 p270 “때때로 바람 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이란 글에서 작가가 삶을 사람을 행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리고, 김용택 시인의 말에서 뜨거운 감동을 받는다.

p 326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쁜 구석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나도 내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노력해. 대충 보면 안 돼. 자세히 봐야지.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람 같아. 대충 보는 사람은 대충 쓰지. 그리고 어쭙잖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보려고 하고. 자기 자신만을 보려고 말이야.”

뜨끔하다. 나는 글을 쓸 때 대충 쓰려고, 삶을 살필 때 대충 보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나를 들여다보았다.

나도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삶을 이야기 하는 이야기 꾼이 되고 싶다. 진정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향한 글을 쓰는 사람으로 이분들과 같은 글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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