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출판기획 시리즈 2
강주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보통 책을 읽었을 때 서문이 좋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책 “기획에는 국경이 없다”는 책 제목에서 느껴지던 출판에 대한 기능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나의 선입견과는 너무나 다른 서문에 깜짝 놀랐다. 처음엔 그저 전문서적을 대하는 건조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하지만 아주 의외의 일이 일어났다. 서문이 정말 좋았다. 마치 깔끔한 수필한편을 보는 느낌이었고 그 내용 또한 너무도 공감이 가서 서문을 읽다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아야 했다. 내가 서문을 읽다가 잠시 멈춘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좋았던 부분이다.

p 5 “굳이 말하자면 요즘 자기계발 책에서 말하는 법칙을 나는 박봉성의 대작 만화에서 다 베웠습니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 만화를 곰곰이 읽으면 성공의 법칙이 완벽하게 담겨 있는 듯합니다, 결국 어떤 책이라도 읽는 사람이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거기서 좋은 책이 결정됩니다. 두툼한 책을 지루하게 읽을지언정 한 문장에서라도 감동을 받거나 공감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나는 이런 생각으로 책을 읽습니다. 어떤 책이라도 내게는 도움이 됩니다. 한권의 책을 출간하려는 저자가 아무런 의도도 없이 쓰지는 않았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꼭 저자의 의도를 파악해서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 책의 주인은 독자인 나지, 더 이상 저자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 나름대로 이해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독선적 판단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책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으려 애씁니다. 그냥 모든 책이 좋다고 생각하며 읽습니다. 가능하면 독선을 피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균형을 잡으려 합니다. 한마디로 나는 등급을 매기는 것이 싫습니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에 관련된 모든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일이 뭔지 따지기 싫으니 논리적 순서에 따라 일을 진행할 뿐입니다. 그게 일을 가장 쉽고 편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사실 서문 전체가 다 좋았다. 서문을 보니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확 생겼다. 이 책의 저자는 강주헌씨는 현재 번역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불어과를 전공하고 대학에서 언어학을 강의하기도 하였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기획이란 무엇인가, 2부 해외 출판기획, 3부 프랑스의 출판기획과 독서교육 이다.

이 책은 출판에 대한 기획에 대한 책이지만 독서교육도 말하고 있고 읽다보면  저자의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된다. 아이에게 책을 읽게 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상상으로 그림을 그리게 했다는 이야기에서는 무릎을 쳤다. 나도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부에 소개된 해외 출판 기획은 해외 출판사들이 말하자면 출판기획에 철학을 가지고 있음을 소개한다. 책 출판은 단지 돈벌이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말이다.

예를 들어 p 88에 나오는 프랑스의 알리아 출판사는 “다른 출판사가 출판하고 싶어 하지 않는 책을 내놓는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불변 원칙이 있다.

p 89 “첫째, 앞에서 말한 것처럼 다른 출판사와는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이다. 둘째, 복잡한 성공을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다. 셋째는 아주 중요한 원칙으로, 인문과학의 미래에 대한 아주 낙관적인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다.

p 101 “책의 소비는 독서에 있다. 독서가 독서를 낳는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공급이 소비를 낳는다고 배웠다. 적어도 출판은 그랬다. 따라서 공급자 우선이었다.”

이런 생각으로 책을 내는 이 출판사는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2부에 소개된 해외 출판기획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출판기획과 더불어 출판에 대한 철학도 말하고 있다. 바로 p120 “출판은 교육이다. 문호가가 아니다. 우리는 곧잘 이렇게 말한다.  출판은 교육이고, 대중에게 나아갈 길을 인도한다고.”라는 말처럼 말이다.

p 121 “책은 어떤 분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밝히는 것일 뿐이며,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지 않을지는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정말로 좋은 책은 독자에게 그런 판단력을 키워주는 책이다. 달리 말하면 기초에 충실한 책이다. 기초는 영원하다. 기초에서 창의력이 생기고 판단력이 생긴다.”

저자가 얼마나 책을 좋아하고 또한 독서를 통한 교육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알 수가 있는 부분이다.  특히, 프랑스의 작가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에 대한 구절과 저자의 주장은 길게 여운이 남았다.

p 191 “읽다 라는 동사는 명령법이 어울리지 않는다. ‘사랑하다’ ‘꿈꾸다’라는 동사만큼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동사다. 물론 “나를 사랑해줘” “꿈을 가져라!” “책을 읽어라!” “책을 읽으라고 했잖아!” “당장 네 방에 들어가 책을 읽어!” 라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입만 아팠다.

녀석은 책에 얼굴을 묻고 잠이 들었다. 갑자기 활짝 열린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으로 몰래 빠져나갔다. 책에서 달아나려고! 하지만 잠결의 꿈이었다. 책은 여전히 녀석의 앞에 펼쳐져 있었다. 우리가 녀석의 방문을 열어보면 녀석은 책상에 앉아 책에 몰두에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도둑걸음으로 녀석의 방에 다가가도 녀석은 잠결에도 그 조심스런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페나크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독서의 자유’이다, 페나크가 이 책에서 천명한 ‘독자의 절대적 권리’에서 이러한 정신은 잘 드러난다. 1.책을 읽지 않을 권리, 2.건너뛰며 읽을 권리, 3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4.책을 다시 읽을 권리, 5.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6.현실과 소설의 세계를 혼동할 권리, 7.아무 곳에서나 책을 읽을 권리, 8.골라 읽을 권리, 9.큰소리고 읽을 권리, 10.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이다. 프랑스의 대 혁명적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독자의 절대적 권리’이다. 무엇이나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이다. 한마디로 자유로운 글 읽기를 주장하는 책이다.“

이것은 프랑스 작가의 말을 빌었지만 저자의 책읽기 또한 이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의 이런 생각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조금은 딱딱한 주제의 책도 이렇게 진솔하고 잔잔하게 풀어 낼 수 있구나를 알게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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