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
한만청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이 황당할 수도 있지만, 읽어보면 암 대처하는 법에 대해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친절한 책이다. 의사였지만 암환자이기도 했던 한민청 박사는 자신이 암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담담하게 얘기한다. 좋은 의사를 고르는 법이나 의사를 대하는 방법 또는 암환자를 둔 가족의 역활 또는 마음가짐 등에 대해서도 일려준다. 주위에 아픈 사람들이 있다면 몇 권 사서 선물하면 정말 도움이 될 듯.

다음은 책 내용 중 발췌한 건데, 수용소에 끌려간 유태인과 암환자의 행동 유형이 비슷하다고.

제2차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간 유태인이 있었다. 그는 수감자 중 95퍼센트가 처형당했던 생지옥에서 3년간이나 죽음을 지켜보면서 자기 자신을 포함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포로들의 심리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기록했다.
후에 정신과 의사가 된 그가 기술한 죽음의 실체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같이 끌려온 사람의 90퍼센트가 30분 내에 가스실에서 죽는다. 포로들은 그것을 보면서 충격과 공포에 빠져드는 1단계에 진입한다. 이들은 극도의 불안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너무 두려워 자살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지내던 포로들도 한 달 정도 지나면 처음과는 다른 2단계상태로 진입한다. 이때부터는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일념만 남을 뿐이다. 일 주일을 빵 한 조각으로 연명하며 얇은 천 조각만 몸에 걸친채 혹한의 날씨에 철로 공사를 하고도 감기 한 번 안 걸리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지금껏 배워왔던 의학 지식이 다 거짓투성이였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인간의 놀라운 적응력에 전율을 느낀다. 노동력이 있어야 가스실로 끌려가지 않기 때문에 포로들은 아침이면 돌을 주워다 면도를 한다. 면도를 하면 젊어 보이기 때문이다. 병약자를 골라 가스실로 보내는 명단을 작성할 때면 자기 이름을 빼고 다른 사람의 이름을 넣기 위한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이렇게 치열한 생존 경쟁을 치르며 살아가던 포로들의 마음에는 또 다른 변화가 오면서 3단계로 진입한다. 자신의 인간답지 못함에 대한 자괴감과 그로 인한 무력감을 느끼면서 포로들은 점차 정신적인 무감각 상태에 빠져든다. 살겠다는 열망도 없어지고 죽겠다는 생각도 없어지는 정서적인 자멸 상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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