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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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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munya2/222105995386

20201003
생일 아침을 보통의 휴일과 다름없이 맞이했다.

요즘 읽고 있는 [명랑한 은둔자]를 조금 더 읽었는데 술에 관한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중인 저자의 다른 에세이 [드링킹]엔 더 상세한 내용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대목을 읽었다.

저자는 술뿐만 아니라 거식증에서도 헤어 나온 경험이 있는데, 이 모든 ‘중독’은 인간이라면 겪어야 할 삶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고통을 제대로 마주할 힘을 약화시킨다는 맥락의 글을 읽으며 소름이 끼쳤다.

저자는 열여섯부터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그래서 종종 우스갯소리로 술에서 헤어 나온 세월을 계산하여 ‘나는 아직 열네 살인걸!’이라고 말한다는 대목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아직도 어린애 같다고 느껴지는 것, 어느 순간부터 영혼의 성장이 멈춘 것 같다는 기분, 내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느껴지는 것도 술이 한몫하는 것 같다.

요즘 특히나 술이 나를 집어삼키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알코올 중독이 아닌가 의심을 했고, 인터넷에 떠도는 알코올 중독 자가 테스트 같은 것을 찾아내어 체크해보고는 알코올 중독과 알코올 의존증을 오가는 내 체크리스트를 보고 좌절했다가, 그렇다기엔 너무나 술에 관대하고 술을 즐기는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다. 물론 주변인들에 비해 확실히 나는 자주 마신다. 거의 매일 마시니까. 그리고 이제는 서서히 술이 나를 좀먹기 시작한 것 같다. 술 때문이라고 확신이 드는 행동 및 증상들 (단어를 빠르게 생각해내지 못한다거나, 어떤 일을 까먹는다거나, 술을 먹는 양이 점점 늘고 그다음 날 후회하며 술에서 덜 깬 기분으로 몽롱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 등등)이 늘어났다.

남들은 맨 정신으로 미래를 구축할 행동들을 하는데 (그것이 거창한 것이 아닌 운동하기, 요리하기, 화분에 물 주기, 책 읽기 정도여도 말이다. 그것은 내 몸과 정신을 좀먹지 않으니까. 오히려 쌓이고 쌓여 긍정적인 효과를 내니까.) 나는 술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예전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특별하고 남다르게 힘든 일이어서 그만한 보상이 필요하다 여겼고 그 보상이라 할 것이 술이었다. 누구보다 괴롭고 힘든 일이 많다고 느꼈고 그 괴로운 감정을 술로 달랬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다 핑계였고 그냥 술에 의존했던 것이었다. 자기 연민에 빠졌고 현실 도피했던 것이다. 그리고 매일 밤 마시는 술이 어느새 낮의 나까지 좀먹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오던 차에 이 책을 만난 것이다.

저자 캐롤라인 냅은 진솔하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보이며 이야기한다. 술의 무서움에 두려워 떨면서도 술을 마시며 외면하던 내게 이제껏 없던 제일 큰 경각심을 준 대상은 다름 아닌 이 책이다.

그렇다면 [드링킹]을 읽고 나면 나는 술을 끊게 될까? 아니면 좀 덜 마시게 될까? 덜 마신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명랑한 은둔자]의 옮긴이 김경남의 ‘옮긴이의 말’에서 처럼 [드링킹]을 읽고 술을 끊고, 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을 찾아 읽고, 그 책들이 모두 [드링킹]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해내는 그런 경지에 나도 오르고 싶다. 그래도 [명랑한 은둔자]를 통해 [드링킹]의 맛보기를 한 셈이니, 나름의 충격요법이 성공적이었으니 희망을 걸어 본다.

저자의 말처럼 중독에 빠졌다 헤어 나온 사람들은 전쟁을 겪던 세상에서 빠져나와 이전 방식의 무기(술, 굶기, 마약, 기타 그가 중독되어있던 대상)는 사용할 수 없는 세상에서 새로운 전쟁을 마주하고 있는 거라고. 하지만 이전 전쟁보다는 이번 전쟁에서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고통이 올 때, 슬픔, 외로움, 공허함, 분노, 자책, 시기, 질투와 같은 상처 받은 마음일 때 즉각적이고 안전한 처방인, 하지만 가깝게는 내일 아침을 힘겹게 하고, 멀게는 내 삶을 갉아먹는 술로 그 감정들을 다 지우고 무뎌지게 하지 말자. 또렷한 정신으로, 취했을 때보다 두, 세 배는 더 아프더라도 감내하고 오롯이 그 감정을 겪어낼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인생을 잘 살아가는 것이고 삶 속에서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차라리 중독에 빠지더라도, 활자 중독이라거나 글을 쓰는 데 집착하는 사람이고 싶다. 내게 있어서 술과 책 읽기, 술과 글쓰기는 상극이니까. 결국 취하면 흐트러지고 집중력이 흐려지고 활자를 머리에 담을 수 없으니까. 그래도 최근 몇 년 간, 술을 제외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꼽으라면, 한가하던 작년 가을에 퇴근 후 카페로 달려가 하루에 한 편 일기처럼 글을 쓸 때였다. 일 한 지 거의 7년 만에 얻은 규칙적인 정시퇴근, 마음의 여유는 자연스럽게 늘 갈망했고 예전에 좋아했던 일기 쓰기의 추억으로 회귀했고, 작심삼일이 될 것이 두려워 의욕적으로 강의를 신청해서 듣고, 과제하듯 글을 쓰고, 온라인 모임에 가입해 글을 정기적으로 써서 공유하고 피드백하는 활동을 했다. 그때 참으로 오랜만에 술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뿌듯함, 충만함을 느꼈다. 그 시간은 한 달 정도 지속되다가 다시 일이 바빠지면서 결국 흐지부지 되었는데, 그 끄트머리라도 잡고 싶어 브런치를 열고 작가 등록이 되어 글을 올렸던 것이었다.

이제 곧 다시 바빠지겠지만 글쓰기를 시도해보고 싶다. 오랜 짝사랑에 다시금 희망을 걸어보는 사람처럼. 간절하고도 은근하게. 얼마 전 두 달 정도 한가한 시기가 있었는데 내키지 않아 결국 쓰지 못하고 술만 마셨다. 이제와 후회가 된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시간을, 기회를 허비한 것 같아서. 하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시도해봐야겠다. 꾸준히 가늘고 길게, 은근하게 지속적으로 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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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2017.7
안그라픽스 편집부 지음 / 안그라픽스(잡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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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가기 전 회사 1층 책방에서 구입한 론리플래닛매거진7월호와 ab로드. 주인아저씨가 내게 묻는다. ‘여행 가시나봐요?‘ ‘아뇨. 못가니까 읽기라도 하려고 샀어요.‘
그러고서 밤비행기를 타고 온전히 3일을 채우지는 못한 짧은 2박3일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지에서도 정리되지 않은 일 연락을 카톡으로 주고받으며, 휴가란 여행이란 무엇일까 생각했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론리플래닛 매거진을 다시금 펼쳤다. 아직 못가본 세계 각국의 여행지들이 펼쳐져 있었다. 제주도의 예쁜 곳을 소개하는 내용도 좋았다. 간간히 자연스럽게? 렌트카 광고나 기타 등등 광고가 섞여있고, 여행정보를 포켓 식으로 짧게 일부 소개하다 더 알고 싶으면 새로나온 론리플래닛 책을 구매하길 유도하는 흐름은 뭔가 여행잡지계의 대기업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아직 유명 여행지를 가보는 것에만 허덕이는 여행 초보인 내게, 남들 다 가본 곳을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저렇게 속속들이 숨겨진 곳,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을 가는 게 진짜 여행이라고 외치는 듯 하다. 다음엔 국내의 숨겨진 멋진 장소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주말에 짧게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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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는 뻔뻔하게 살기로 했다 : 더 이상 괜찮은 척하지 않겠다. 심리학으로 배우는 21가지 자존감 연습
데이비드 시버리 지음, 김정한 옮김 / 홍익출판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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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읽다 이제서야 다 읽은 책.

뻔한 이야기라 할 수도 있지만 내겐 유용한 내용이 꽤 있었던 책.

올 초 폭군같은 사수와 일하면서 나또한 두려움에 도피하려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길길이 날뛰는 그들을 철저히 무시하되 힘겹고 문제되는 상황을 도피하지 않고 전면에 맞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 을 기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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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Design 2017.6
디자인 편집부 지음 / 디자인하우스(잡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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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여행 가고 싶던 차에 챕터 중 디자이너의 여행에 대한 내용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소개된 건축가의 인터뷰 중, 여러 분야의 잡지를 구독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5월호에 무대디자인 관련 내용이 나온 것을 읽고 싶었으나 달이 바뀌고 품절이 되어 구할 수 없었다. 하지만 6월호도 재밌게 보았다. 어디론가 떠날 돈과 시간이 부족하다 느껴서 매번 나는 안돼 라는 생각만 할 게 아니라 간접경험을 하는 것으로 올해 중반에 와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본다. 나의 지난날은 늘 그래왔다. 직접 여행도 좋지만, 많은 것을 책을 통해 배우고 익혔다. 치과치료를 기다리며 읽었던 어린이잡지에 실린 쓸데없는 정보들과 고등학생때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답답하면 아래층에 있던 서가에 가서 책이며 만화책들을 읽었던 기억, 미대입시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의문과 갈증이 생길 때마다 별 큰 정보는 없어보이지만 신뢰하며 오려서 수첩에 붙여서 펼쳐보며 익혔던 잡지 ‘미대입시‘ 에 나온 내용들이라던가.. 요 최근 아무것도 읽지 못한 채 지나온 3-4년의 시간이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라도 환경을 만들면 피곤해도 뭐라도 읽겠지 싶어 열심히 책과 잡지를 내 방에 들이는 중인데 요즘은 퇴근해서 돌아와 피곤한 새벽에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어서 탈이다. 여기 북플에도 술마시고 두서없는 독후감을 쓰는 것 같아 이젠 정말 맨정신으로 책을 읽는 중이다. 술을 너무 좋아하다가 내 지식을 쌓는 일이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어쨌거나 나의 최후의 기쁨인 독서를 이렇게 멀리 떠나보내면 안된다는 절박함에 다시금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해서 다행이고 기쁘다. 월간디자인에서 꼽은 여행지 중 한 곳을 휴가 때 가 보는 것도 좋을 듯 한데, 지금의 나는 매우 지쳐서 그냥 조용한 곳에 틀어박혀 책을 읽으며 쉬는 것도 좋을 것만 같다. 어쨌거나 결국은 다시 책이다. 책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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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레버리지
롭 무어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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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화제라는 레버리지. 읽으면서 저자가 우려하는 스타일이 딱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한 일까지 혼자 끌어안고 다 해야하고 허덕이면서 내 시간을 소중히 쓰지 않고 회사에서 일하는 데 보내는 사람.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나의 일이니까 내가 해결해야한다는 책임감에 허덕이며 일했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잘한 일을 다른 이들에게 분배해서 시키고 자신은 늘 과부하에서 벗어나 적정량의 일을 하는 몇 선배들을 보며 나는 그들이 다른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보였는데, 그것이 레버리지하는 현명한 방식이었다니!

가뜩이나 과중한 업무와 하루일과 중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인 나에게 많은 일깨움을 주는 책이다. 관점을 달리 하게 되었다. 일을 붙들고 회사에 하루종일 있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나 말고도 이 일을 나누어주었을 때 훨씬 잘 해낼 사람이 많다는 것을, 내게 돈을 버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내 삶을 지키고 내 개인 시간을 가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동안은 막연히 생각해왔다면 이 책을 통해 좀 더 명확해지고 구체화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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