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서울
피터 W. 페레토 지음, 조순익.정은주 옮김, 신병곤 사진 / 프로파간다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플레이스 서울]
서울에 대한 사진과 설명이 있는 책이겠거니 하고 펼쳤는데 아무런 설명 없이 사진이 등장했다. 계속해서 사진이 이어지고 중간중간 검정 종이로 섹션이 나뉜 사진집에 가까웠다. 그 어떤 설명도 없지만 사진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서울의 건축물을 10가지정도의 테마로 나누어 보여주는 듯 했는데,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서울의 특징이어서 새삼 놀랐다. 저자가 외국인이면서 한국에 5년가량 지내면서 느낀 특징들을 붐류한 것이어서인지 내가 한국인으로서 무심코 지나치던 부분들을 포착해 놓은 것이 새삼스럽고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조사 방식은 교육적 고고학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민족지학에 가깝다. 서울의 역사를 기리는 것, 번성하는 상업 또는 비즈니스 중심지로서의 서울을 홍보하기 위한 것, 서울이나 타 지역 출신의 건축가가 가장 진보하고 세련된 공간과 형태를 충실하게 구현해냈음이 확연히 드러나 보이는 것 등의 ‘기념물‘은 모두 배제되었다.
(중략)
-그렇게 포착된 서울의 모습은 활기 넘치고, 저돌적이며, 어수선하거나 아니면 따분하고, 궁상맞도록 실용적이거나 아니면 고약하도록 키치적이고, 긍정과 아이러니로 한껏 가득하다.
p.300

요즘 나는 서울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은 관심이 없었느냐고? 그건 아니지만 어쩐지 소홀했고 무심했으며 홀대했다. 이것도 정권이 바뀐 탓이라면 탓인지, 애국심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애착을 가지고 돌아보게 되었다.
얼마전 덴마크를 필두로 네덜란드 등 북유럽 몇 개 국을 여행하고 온 회사 동생은 이번 여행이 그리 재미있지 않았다고 말하며 그동안 여행을 너무 많이 다녔나 보다고, 다 비슷비슷해 보였다는 복에 겨운 소리를 했다. 하지만 한편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이해가 됐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회사의 다른 선배 역시 아이슬란드의 멋진 풍광이 제주도의 그것과 닮아 있다고 했다. 나는 한국이라는 이유로 내 나라라는 이유로 한국을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이제껏 너무 몰랐다. 때로는 진절머리나게 싫은 한국 특유의 키치적이거나 경악스럽도록 못생긴 건축물들이, 그리고 지금 이 책 속에 있는 교회나 예식장, 골프장 등의 건물들이 생각해보면 다른 나라에는 없는 기이한 모습들이기도 하다. 그 오묘한 조화와 그 어디에도 없는 용광로같은 들끓음이 한국의 특징, 서울의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짬날때마다 한국 구석구석을 탐방하고 싶다. 그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앞으로 살아가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진짜공간]과 더불어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야말로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덕목이 아닌가 싶다. 뭐 꼭 특정 직업에 국한될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그동안 내 안에 침잠하여 살았고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했고 평생 찾기 어렵겠지만, 그럴수록 세상을 보고 더 넓게 멀리 애정어린 시선으로 관망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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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7 2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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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8 20: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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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9 15: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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