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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커처 ㅣ 창비청소년문학 140
단요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평점 :
신간 나온다는 소식에 개처럼 달려왔다! 나는 도서 협찬 받을 정도의 영향력은 없어서(서평단 다 떨어졌고) 그냥 무조건 초판으로 내돈내산 하자. 삶에 미련 없는 사람을 이렇게 꾸역꾸역 살게 하는 것도 작가의 힘이라고 생각…
『다이브』를 출판했던 창비에서 연장선으로 청소년 소설을 들고 오셨다. 두께는 두껍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으나 속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인버스』 다음으로 이렇게 현실감 느껴지는 글을 가지고 온 것이 무척이나 반갑다! 거기다 전작들에 비해서 쉽다!(?) 이번 소설에서 레퍼런스 된 최인훈의 『광장』과 셰한 카루나틸라카의 『말리의 일곱 개의 달』도 꼭! 읽어 보려고 한다.
**실화입니다.** 몇 해 전, 영어 과외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열정이 넘쳐 내가 가르치는 아이에게 더 많은 경험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원어민에게 하루만 시간을 내어 과외 학생의 1일 회화 수업을 해달라고 하였다. 물론, 시간당 페이를 주기로 하고.
학생의 부모에게 생색을 내고 싶었던 마음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앞서 내가 외국어 공부를 해보니 실전에 부딪혀 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었기에 그런 경험을 학생에게 주고 싶었다.
내 부탁을 들어준 원어민은 런던 출신의 영국인이었다. 그런데, 내 예상과 다른 학부모의 태도에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저분은 피부가 까무잡잡한 것이 인도 쪽 사람인가요? 본토 사람은 아닌 거 같아요.”
나는 속으로 너무 놀랐고, 이것이 무례하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나? 싶었다.
“영국인이세요. 런던에서 왔고요."
“그런데, 본토 사람은 아니고 좀 섞이거나 그런 거 같아요, 그렇죠?"
왜 자꾸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지? 그게 중요한 부분인가? 나라면 이렇게 원어민 선생님을 모셔와서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고마워할 거 같은데….
“음… 쥬이시(Jewish)이시긴 해요.”
“아니, 인도나 이런 쪽 같은데-.”
"유대인이시라고요."
그 이후로 얼마 가지 않아 과외는 관두었다. 그냥 학생이 너무 못하기도 하였고, 나도 이사가면서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에.
이번에 『캐리커처』를 읽는 내내, 이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방 변두리에 사는 나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는데, 이 땅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조각난 초상’을 끌어안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