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이란 것이 진주만공습 그리고 위안부문제 그리고 이오지마 전투에 대한 영화를 통해 막연하게나마 치열했을꺼라는 추측 정도에 국한되었을 뿐 일본에 대한 반감때문인지 객관적인 입장에서 진지하게 태평양전쟁 에 대해서 알아볼 시간이나 여건이 없었는지라 이책은 비록 일본인의 시각에서 또 전쟁 자체에만 그치지 않고 일본 조직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꽤나 눈길을 끈다. 우선 팔굉일우를 기치로 우리나라와 중국, 동남아 뿐 아니라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세계를 지배하고자 했던 일본 제국주의의 야욕이 놀라울 따름이고 반면 정쟁에 휩쓸려 타투기만 하고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여 나라를 내어주고 만 근대조선의 슬픈 역사에 대비되어 괜한 자괴감이 들기도 하다. 이책에서 기술한 일본이 패배한 여섯개의 작전을 상세히 들여다보면서 그 이전까지 승승장구했던 승리의 역사가 패배의 단초를 제공했음은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만주, 중국에 이어 홍콩과 싱가포르, 태국등에 이르기까지 '반다이'를 외치며 신속과감하게 몰아치는 육군의 백병총검주의는 연전연승을 통해 화력에 기대하지 않고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자만감으로 총구를 하늘방향으로 놓고 몇발만 쏘면 상대방이 지레 겁을 먹고 놀라 도망칠거라는 단정을 할 정도였다 또한 일본 전래의 병법에 기초한 해군의 함대결전주의는 일본 해전사상 유례없는 성공을 안겨준 쓰시마해전을 통해 신앙처럼 굳어버려 이후 시시각각 변하는 전투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오랜 남북전쟁과 1차 세계대전의 경험을 통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전쟁시스템을 구축하여 전쟁을 치를때마다 승패의 요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반영하여 새롭게 진화함으로써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는 미 해군 장성 임명시 소장 이상의 진급 즉 중장과 대장은 작전 전개의 필요에 의해 임명되고 임무가 종료되면 다시 원래 계급으로 돌아오는 파격적인 인사시스템에서도 잘 드러난다. 일본 특유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곁들여 태평양 전쟁사에서 실패한 원인을 세밀하게 기술하고 있으며 종전 후 이를 교훈삼아 혁신하지 않으면 또다른 실패를 볼 것이라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되지 않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불황에 빠진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역시도 많은 부분 일본의 조직문화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기에 이책을 통해 무엇보다 매일매일이 경제적으로 전쟁상황인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발생되는 컨티전시 상황에 대처하며 끊임없이 개혁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