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에 과감하게 작가의 사진을 넣어 인상깊은 김현숙소설집 적당한 분량의 중편 3가지 이야기와 짧은 단편 1가지 이야기인데 마지막 단편제목을 소설표제로 삼은 점이 그 제목만큼이나 특이하다 "나는 에너지입니다" 에너지가 팡팡 넘칠 것 같은 소설속 주인공은 30대 중반에 동안인 엄마한테는 문제투성이로 낙인찍힌 싱글여성 현이다 그녀가 기차여행을 하는 짧은 여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는 홀로여행길에 나설때 빈 옆자리에 누가 앉을까 궁금해하듯 처음 만나는 남자의 호의에 호기심으로 나아가 호감으로 자리매김하는 그녀의 평범한 일상만큼이나 뭔가 일어날거 같은 묘한 호기심과는 별개로 별다른 의미없이 마무리를 짓고 말기에 그녀가 에너지인지는 의문스럽다 첫번째 이야기인 비밀의 정원은 얼핏 유럽의 고전소설을 본딴 느낌이 든다 이야기가 일어나는 장소가 우리나라에서도 전통한옥의 건축미나 유교사상이 고집스럽게 남아있는 안동임을 감안할 때 유럽의 고풍스런 저택과 울타리에 감춰진 비밀스런 정원이란 배경이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듯한 느낌이 든다 굳이 외국의 저택과 정원 빌려오지 않더래도 안동의 특성을 살려 차라리 전통한옥과 그 정원을 공간적인 배경으로 설정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휠체어를 탄 남자주인공과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의 열쇠역할을 하는 낡은 노트와 사진등은 비밀스런 이야기를 이어가는 역할을 충실하게 하며 나름 흥미를 유발하기는 하나 마무리가 조금은 어정쩡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두번째 이야기인 '어느나라의 공주 이야기"는 수키공주의 고난과 용기 그리고 희망을 나름 짜임새있는 스토리로 뚜렷한 선악을 대비시키고 약간의 환타지적인 요소를 섞어서 잘 버무린거 같고 성급한 결말을 내지 않고 열린 마무리 방식으로 희망을 이야기함으로써 깔끔하게 매듭지은거 같다. 세번째 중편인 "소녀의 특별했던 여름"은 사춘기 소녀가 갖는 막연한 동경과 꿈 사랑의 세계를 여름방학동안 찾은 시골집 안마당 뜨락의 후끈한 열기와 함께 거세게 몰아치는 소나기를 흠뻑 맞은 듯한 느낌과 함께 어쩌면 기억속에 영원히 남을 첫키스의 아련한 추억을 선물로 남기며 아쉬운 마무리를 하는데.. 어디서 읽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작가의 모든 소설에서 전지적인 관점을 유지하는듯 하다. 등장인물들의 이런저런 내면과 전후좌우 시간적인 그리고 장소적인 배경설명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구조가 왠지 상투적인 느낌이 들어 절제하고 함축하는 맛이 적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