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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 탐구
김영수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학창시절 역사시간에 배운 사마천의 치욕과 사관으로서의 투철한 소명감
14년에 걸쳐 집필한 장엄한 중국역사서 [사기]를 알게 되면서
흥미진진한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책은 사마천이 살았던 시대적인 배경과 함께 사마천과 사기를
연구한 저자의 오랜 연구와 고뇌의 흔적이 듬뿍 묻어난다.
특히 16년간 100여차례 중국을 돌며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방문하며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사마천과 사기를 탐구한 점은
20대에 중국 전역을 돌며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며 사관으로서의
통찰력을 키우고 3천년에 걸친 역사쓰기의 신기원을 이룩한 사마천의
행보와 닮아있다.
우선 사기의 화식열전에서 부자의 기본은 근검과 절약이고
장사꾼의 첫 번째 원칙이 바로 신용임을 설파한 사마천의 경제철학은
서양경제학의 아버지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에도 비견 될 만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할 수 있는 부자가 진정한 부자임을 설파하고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을 잠식하는 현상까지 묘사한 점등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아이러니 한것은 정작 사마천 자신은 목숨 값 50전을 마련하지 못해
치욕스런 궁형을 자청했다는 점이며 이 또한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사기를 완성하기 위한 굳은 의지 때문이었으니
참으로 숙명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오랜기간 동안 사기를 연구한 저자의 통찰력은 130권 52만자가 넘는
사기를 맘대로 넘나들며 삼황오제 전설시대를 거쳐 하·상·주 삼대
그리고 동주 이후 춘추전국시대 나아가 근대 중국의 저우언라이
마오쩌뚱 시대 나아가 오늘날 현대 한국사회까지 아우르며
사람을 알고 세상을 논하며 난세를 헤쳐갈 진정한 리더쉽을
찾아가는 안목을 제공한다.
복수의 화신 오자서의 굴묘편시, 뛰어난 독창성을 자랑하는
자객 전재의 어복장검, 한나라를 지킨 주창의 어눌한 말씨 기기애애,
구조조정 개혁전문 CEO 오기, 앉은뱅이 손빈의 우정과 복수,
명실상부한 최초의 황제일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병마용갱으로
대표되는 자신의 무덤으로 관광중국의 경제에 보탬이 되는
진시황의 이야기 등 어느하나 빠뜨릴 수 없는 흥미진진한
역사이야기들이 읽는 재미와 보람을 만끽하게 하며 점점
사기 완역본을 읽고 싶게 만든다.
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에는 신분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자신의 신념과 충정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사람도 있고
오욕칠정에 눈이 어두워 자신 뿐 아니라 후손들 나아가 나라까지
망하게 하는 어리석은 인간도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서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을 되새겨 오늘의 삶을 지혜롭게 헤쳐나간다면
더 나은 내일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