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하나와 태풍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은뒤 머리속이 뒤죽박죽 혼돈스러우며 결코 유쾌하지 않은 감정이 스멀스멀 구렁이가 내몸을 타듯 휘돌아 올라온다. '내남자'라는 다소 도발적인 책 제목에서부터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애써 냉정을 유지하며 인내심이 턱밑까지 다다르면서도 남들은 어떻게 평가할 지 모르지만 '그래 양아버지와 딸과의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불편한 진실까지는 이해하려 노력했다. 근데 이건 도대체 뭐란말인가!! 한국영화 '박하사탕'에서 힌트를 얻어 시간을 역순으로 써내려간 소설의 구성은 약간의 미스터리한 내용을 더해 계속되는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시집가는 딸과 양아버지의 묘한 관계는 도대체 뭘까에서부터 출발해서... '피라는 것은, 이어져 있으니까. 그러니까 만약 내 아이가 있다면, 그아이의 몸속에, 아버지와 어머니, 내가 잃은 소중한 것이, 전부있을꺼야...' 그래서일까...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온몸을 통해 확인해보고 싶어서일까 당당히 '넌 내꺼야' 할 수 있고... 그리 어색하지 않게 거부감없이 운명과도 같이 받아들일 수 있는것도...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싶다. 피는 물보다 진하기에 더없이 소중하고 아껴주어야 하는 존재일텐데 최소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워오고 느껴오던 당연한 진실인데 당당한 저 소유인식은 어디에서 오늘걸까..'피의 인형'으로 소름끼쳐하면서도.. 아무리 평범하지 않은 사고방식과 쉽지 않은 삶을 살았다 해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볼때 '짐승만도 못한' 그런 행동을 하다니... 이건 분명 '사랑' 아닌 비틀린 '소유욕'과 '집착'이란 생각이 들면서 '사랑'으로 착각하고 사육되어지는 어린영혼이 못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충격적인 내용만큼이나 엄청난 흡입력을 지닌것만은 분명한듯 하여 읽는내내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고 정서적 혼돈속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둘의 관계가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껍데기에 불과한 가족조차 한순간에 스러져 천애고아가 된 이제 막 여자가 될 준비를 한 어린소녀의 사랑받기 위한 본능적인 매달림이 필사적인 것이기에... '가족이란 굳이 그런 짓을 하지 않아도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라는 오사오 할아버지의 절규에도 '부모자식간에 해서는 안되는 일이 이세상에 어디있어'라고 믿는 그녀에게 결코 돌을 던질 수가 없다. 어쩌면 세상 누구도 아빠 것이 된 자신을 내남자가 된 아빠를 떼어놓을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쉽지 않은 삶의무게를 감당하며... 스물여섯 나이에 결혼을 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는 점에서 한가닥 희망을 발견할 수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