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후배가 있어 몇번 여행겸 갔었던 영주는 영남내륙지방이 가지는 딱 그만한 보수주의적

냄새가 배여있고 부석사처럼 굳건히 우리의 전통을 지켜내고 있더랬다.

그 영주땅에 이처럼 아름다운 한 가족사가 있음이 새롭고 놀랍다.

 

표지의 고향사진관.. 중화반점, 다방, 이발소를 거느리고 신작로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사랑에 충만하여 열정적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을 중절모의 멋진 신사와 

병중17년의 세월동안 표현하진 못하지만 아비가 자식에게 주었던 무한신뢰와 사랑,

온전히 자신을 버리고 장남으로서 아들로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살았던 삶,

그의 동반자로 말없이 삶의 무게 반쯤을 감당하며 동행했던 맑고 순수한 한 여인과,

어긋나지않고 씩씩하고 대견하게 잘 자라주는 아이들

친구라는 이름하나로 스스럼없다가도 때론 서먹했을 중년들과 

죽은듯 누워사는 남편을 지켜보며 무너진 가슴에다 급기야 자식까지 앞세워야 했던

감당못할 죄업에 소리내어 목놓아 울어보지도 못한 어머니의 모습까지

묵묵히 품어내며 이 아름다운 가족사를 세상사람들 모두 알아볼때까지

진득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나보다

 

내 아버진 살아생전 평생을 통해 술과 노름에 어머니속을 새카맣게 태우곤 하셨는지라

마지막 가시는길에는 남겨진 가족에게 짐이 되게 하고 싶지 않으셨던지

화장실에서 말한마디 없이 조용히 쓰러지시곤 앰뷸런스 도착하기 전  이미 운명하셨다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였음에도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과 잘해드리지 못한 불효에

흐르는 눈물을 그칠수가 없었고... 이책을 읽으며 다시금 주책없이 눈물이 난다.

 

그 아버지를 대신해 7남매의 장남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묵묵히 못난 동생들 뒷바라지에

주름과 흰머리만 늘어난 큰형님 생각에 다시금 가슴이 먹먹해진다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기에 이책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다시금

세상에서 결코 변하지 않아야 할 가치를 일깨워준다

 

부모자식간의 사랑, 부부간의 신뢰와 사랑, 친구들간의 우정,

작가의 전작 '아버지'와 연결하여 이 작품 역시도

전세계적 경제위기에도 흐트러지거나 깨어져서는 안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그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만들고 힘들어도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이땅의 크고 작은 모든 질병, 특히나 불치의 병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할지라도

영원히 변하지 않은 그 사랑이 있기에 결코 절망하지 않으며 치유되지 않는 병은

없는것이다. 비록 몸은 병균에 못이겨 스러져 사라진다 하더라도

그 힘든시간 견뎌내게 한 그 사랑은 산자와 죽은자를 하나로 영원히 연결해 주며

팍팍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끊없이 솟아오르는 생명수가 되어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주고 풍성하게 영위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다시금 영주에 갈 일이 있다면 서용준씨의 영혼이 쉬는 그곳에 한번 가고싶다

조촐한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면 더더욱 소중히 기억할 것이고..

 

그리고 지금은 명절때도 생신때도 아니지만.. 그래서 쑥스럽긴 하지만.. 

노심초사 늘 자식걱정하시는 어머니께도 전화를 드려야겠다.

그리고 꼭 '사랑한다' 고 말씀드려야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 '이별'의 말로 들리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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