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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ㅣ (구) 문지 스펙트럼 13
루이지 피란델로 지음, 김효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아빠의 자식인 나
우리 엄마의 자식인 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주인 나
친척들의 친척인 나
동생들의 형제인 나
친구들의 친구인 나
직장의 구성원인 나
길 가는 사람과 마주치는 나
버스에 오르는 나
택시에 타는 나
물건을 사는 나
......
그래서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명인 어떤 나
사진 속에 나는 때때로 너무나 낯설다.
내 머리 속의 '나'와 현실의 '나' 와 꿈 속에서의 '나'와
누군가의 눈에서의 '나'와 누군가의 생각에서의 '나'와
누군가의 현실에서의 '나'와 누군가의 꿈속에서의 '나'는
늘 일치점을 못찾고 방황하는 것 같다.
이토록 낯선 '나'가 수없이 모여 비로서'나'가 되기에
나는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아닌 '나'는
한없이 외롭고 슬프다.
보노보노라면 당황스러운 ^마크를 수십개 날린후 너부리에게 발로 뻥 차이고
포로리라면 고개를 갸웃거리고 멍멍이라면 끊임없이 일을 보겠지.
야옹이 형이라면 알 수 있을까?
어쩌면 쓸 데 없는 생각한다고 동굴 아저씨가 가둘지도 모르겠다.
그냥 요즘 보는 만화 '보노보노'가 자꾸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