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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백색 공포란 이럴 때 적용되는 말인 것 같다.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두가 하얗게 눈이 먼다면 그런데 단 한 사람은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전자를 택할까 후자를 택하게 될까? 소설 속의 인간들은 너무나 가련하고 놀라우리만큼 잔인할 수 있으며 때론 추악하기까지 하여 나로서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
내가 무심코 혹은 의도적으로 보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너무나 잔인해서 외면했던 것일까 추악한 자신에 비해 너무나 아름다워 고개를 돌렸던 것일까?
하얗게 소름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