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싶어?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 말해 줄까? 만약 내가 그놈의 선택이라는 걸 할 수 있다면 말이야>
<뭔데? 말 좀 곱게 하라니까>

<너 '호밀밭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는다면'이라는 노래 알지? 내가 되고 싶은 건......>

<그 노래는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와 만난다면'이야> 피비가 말했다.

<그건 시야. 로버트 번스가 쓴 거잖아>

<로버트 번스의 시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어>

 

그렇지만 피비가 옳았다. <호밀 밭을 걸어오는 누군가와 만난다면>이 맞다. 사실 난 그 시를 잘 모르고 있었다.

<내가 '잡는다면'으로 잘못 알고 있었나 봐> 나는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다치고,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 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p229-230)] 중에서 -

 

위 대목은 한 때 내가 삶의 지침서로 삼았던 대목이다. 나도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리라 아니 그래야만 훌륭히 내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때는 왜 몰랐을까?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다는 건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내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절벽으로 떨어질 순간을 포착하는 일이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더군다나 재빨리 붙잡아 주는 것이란 서둘러 미리 다가가지도 않고 너무 늦지도 않게 꼭 알맞은 순간에 재빨리 붙잡아 주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이봐, 홀든. 그래서 자네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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