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렇게 보면 두배로 재미있다
김익상 지음 / 들녘 / 1993년 3월
평점 :
절판


몇 해전 100년의 역사를 채운 영화가 이제 남녀노소를 불문한 대중 문화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산업이자 동시에 예술로서의 영화는 다른 예술이나 엔터테이먼트 산업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속성장과 대중을 장악하는 막대한 영향력을 일찍이 손에 넣은,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유일한 장르가 되었다. 이에 따라 몇 년 전부터 영화관련 서적들이 봇물처럼 출판되는 것도 별다른 기현상은 아니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전문적인 영화 관련 서적이 번역 출판되기 보다는 대부분 비전문적인 일반 독자들을 위한 비전문가들의 에세이나, 평론가들이라도 쉬운 해설서 수준의 책들만이 구매력을 갖출 수 있었던 상품이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영화 열기를 감안한다면 전문적인 책들이 보다 많이 팔렸으면 하지만 실제로는 거품이 아닌가 하는 인상이 들 정도로 가벼운 책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 중 내가 본 책들 중에는 작가들이 쓴 것들, 이제하와 하재봉 등의 에세이 형식의 글과 전문 평론가들이 쓴 역시 비슷한 형식의 글들이었는데, 전자가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후자 쪽에서 내가 들춘 이 책은 처음 목차만을 훑어봤을 땐 별 읽을 건덕지가 없을 거라고 단정지었던 책이었다. 허나 30페이지 가량을 읽었을 땐 여러 군데서 눈길을 끄는 알맹이들이 발견되었다.

이 책은 열 명의 감독을 선정하여 그에 따라 열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저자가 얘기한대로 고작 열 명의 감독을 간략하게 살피는 것만으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는 없는 것이지만 실상 내용은 그렇게 빈약하지 않았다. 우선 선정된 감독들이 헐리우드 유명 상업 감독에서부터 헐리우드 내 사회적 영화와 프랑스의 예술 영화, 이름만 들었던 거장의 위대한 영화, 그리고 한국의 영화까지 영화 세계의 주류들을 인물로서 요약적으로 대치시켰다.

이런 요약화 과정에서 빠진 부분들, 예를 들면 B급 영화들과 컬트 영화 등에 대해서도 손을 뻗었음은 물론이다. 또한, 이것은 내가 가장 흡족해 한 부분인데, 기본적인 영화 이론들 즉 미장센이나 삽입화면, 컷, 집팬 등의 편집 기법, 피사체와 카메라 간의 각도에 따른 연출기법과 카메라기법들을 그림 해설과 실제 영화 스틸 사진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대부분의 전문적인 책들이 여러 영화 이론들을 체계적으로 분류시키고 원리 해설과 어려운 정의만 열거한 나머지 딱딱하게 여겨졌었는데 이 책은 영화 감독들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그 사이사이 조미료처럼 영화 상식과 알찬 이론들을 적절히 첨가해 시종 재미있고 알기 쉽게 이끌어간 점이 이채로웠다. 다시 말해 영화 원리와 이론, 기술 등을 친근한 영화 감독들의 이야기 형식 속에 짜임새 있게 구성한 책인 것이다.

개인적으론 영화 역사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역사적 안목에 대한 배려에도 저자가 신경을 좀 써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 책만의 특이하면서 잘 짜여진 구성을 생각한다면 조금 무리한 요구가 아닌가 싶다. 다음엔 저자가 좀더 수준 높은, 역시 지식만이 아닌 이야기들을 함께 엮은 책을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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