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에서 "passion‘은 남녀 간의 절절한 애정이란 뜻에서 우리말로 ‘열정‘이라 번역하지만 이것은 예수가 십자가에서겪은 ‘고통‘을 지칭하기도 한다. 대학 시절 아니 에르노가 읽었던 사르트르의 용어를 빌리자면 우리의 삶은 ‘무익한 수난‘이다. 작가는 사르트르의 용어에서 형용사만 바꿔 그녀가 겪은 한시절의 체험을 ‘단순한 수난‘으로 명명했으리라. - P82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 P67
돌아오는 길에 라데팡스 터널을 지나며 문득 ‘내 이야기는어떻게 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기다리지 않는 거야‘ 하고 다짐했다. - P64
부모와 자식은 육체적으로 너무도 가까우면서도 완벽하게 금지되어 있어서, 서로의 성적 본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무척불편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 P22
그러나 A의 목소리를 확인할 때는 거의 질투심마저 일었던 고통스럽고 긴 기다림이 너무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려, 마치 제정신을 잃었다가 느닷없이 정상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또한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태연함과 그것이 내 삶에서 차지하고 있는 터무니없는 비중에 크게놀랐다. - 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