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의 단어 -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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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읽고 쓰고 말하고 떠올리는
평범한 단어들이,
소란스러운 세상으로부터
당신을 지켜줄지 모릅니다.

내겐 작가의 길로 접어들게 된 그럴싸한 동기 같은 것이 없다.
그래도 굳이 한 가지 배경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때만 해도 회사를 그만두는 게 지상 과제였다고 말하고 싶다. 직장 생활을 할 때 회식 자리에서 상급자가 주는 폭탄주가 호환 마마보다 싫었고, 업무를 위해 나와 너무 다른 성향의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곳을 빠져나와야 한다고 느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원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살 순 없을까? 방법이 없을까?'
.....요즘도 원고를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켜고 거뭇한 키보드에 손을 얹으면, 회사에서 탈출하기로 처음 결심한 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건 작가가 되겠다는 포부가 확고했기 때문이라기보다 회사에서 탈출하고야 말겠다는 욕망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인 것 같다. 무언가를 향해 다가가려는 마음이 아니라 무언가에서 벗어나려는 마음 덕분에 낯선 길로 접어들었다고 할까.
누구나 그렇듯, 살다 보면 좋아하는 것 앞에서 느끼는 감정보다 싫어하는 것을 앞에 두고 느끼는 감정이 훨씬 환하고 선명하게 다가올 때가 있기 마련이다. 난 후자의 감정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지금도 나는 마음속에서 이런 '탈출 욕구', 그러니까 어딘가에서 벗어나고
자 하는 욕망이 꿈틀대면 억누르지 않고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내버려둔다. 언젠가 그 감정이 나를 낯선 세계로 데려다줄 수도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럼 감정을 품지 않고선 감히 다다를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ㅡ 탈출(어쩌면 가장 강력한 삶의 원동력)중에서

삶의 무게에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날.
마음을 지탱해주는 건 우리 곁에 있는 익숙한 것들이다.
예컨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결에 사용하는 보편의 단어야말로 삶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지 모른다.ㅡ이기주

 이 책은 그간의 책에도 그러하듯이 이기주작가님의 섬세한 시선으로 일상에 숨겨진 삶의 본질을 길어 올린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평범한 단어들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사랑과 미움, 행복과 불행, 희망과 후회, 생명과 죽음 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번 책에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와 진솔한 언어로 삶의 이치를 새삼 일깨워준다. 

#책속의한줄

살아가는 일은 시간과 공간과 사람을 스쳐지나가는 일의 총합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곁에 머물기 위해선 그 사람과 내가 동일한 시간과 공간 속에 함께 존재하는 경우를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즉 타인과 시간을 공유해야 한다.
.....우리가 쫓겨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뿐이다. 그 안온한 시간 속으로 들어가야 불안과 초조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느끼며 삶의 허무를 가라앉힐 수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 공유하는 시간 속에선 흔히 말하는 추억이 생겨난다. 추억에는 그것이 생겨날 당시의 온기가묻어 있다. 그래서 세상 풍파에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힘이 있다.
사람들이 바쁜 와중에도 각자의 일상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하는 이유도,단순히 과거를 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젠가 그 순간을 다시 꺼내
현재의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지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ㅡ시간(세월의 바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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