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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박주경 지음 / 김영사 / 2021년 10월
평점 :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든 대형 사건과 사고, 홍수와 산불, 역병 등 재난과 사건의 현장에서 발견하는 사람의 온기와 가치, 그 구원의 손길인 휴머니즘에 대한 이야기."
삼육서울병원에서 일하던 스물아홉 살 이수련 간호사는 아흔넷의 코로나 확진자 박모 할머니와 사이좋게 마주 앉아 화투를 치고 있었다. 그녀 역시 방호복과 고글로 꽁꽁 무장한 채로. 무더위 속에 본인도 지치고 힘들었을 텐데 오랜 투병에 시달려온 치매 노인 환자를 위해 기꺼이 화투패를 집어든 것이다. 그 한 장의 사진이, 폭염과 역병에 지쳐 있던 국민들의 마음을 달랜 것은 당연지사였고 그 감동의 근저에는 휴머니즘이 깔려 있다. 휴머니즘은 이렇듯 당사자뿐 아니라 지켜보는 목격자들에게도 작은 ‘구원’의 손길이 된다.
이 책은 수많은 비극 속에서도 순간순간 우리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왔던 시간들, 모두를 감동시킨 아름다운 이야기들, 특히 참사 현장에서 살신성인으로 남을 도왔던 사람들의 희생정신을 조명하여 우리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정의한다.
무엇이 인간이고, 어떻게 살아야 인간다움인지에 대한 저자의 오랜 생각을 현장에서 목격한 수많은 경험으로 녹여 전하는 에세이이다.
#책속의한줄
무엇보다 그 모든 학대 사건에서 가해 부모에게 다시 돌아가야만 했던 아이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 절망과 공포는 감히 상상하기도 무참하다. 세상에 아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막막함, 이 세상이 나를 완벽하게 등졌다는 고립감…… 그 고통을 끌어안고 집 안으로 돌아가면 아이를 기다리는 건 2차, 3차의 폭력이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정인이들’에게 이 사회는 두고두고 미안해해야만 한다.
가장 섬뜩한 경고는, 기온이 4도 오른 지구에서는 재난이 워낙 속출하다 보니 ‘재해가 곧 날씨(날씨가 곧 재해)’라는 도식이 형성될 거라는 예측이다. 월러스 웰즈는 지금의 우리가 일기예보를 통해 비나 눈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듯이, 2100년쯤이면 홍수, 산불, 우박, 허리케인, 토네이도 등의 재난을 일상으로 껴안고 살게 될 거라고 경고한다.
혹시 그 2100년이 너무 먼 미래이고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라고 느껴진다면 생각을 고쳐먹어야 할 것이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채 여든 살이 되기 전, 다시 말해 우리의 아들딸 세대가 여전히 생존해 있을 때의 일일 테니 말이다(운이 좋으면 당신도 살아 있을 수 있다).
나의 아버지가 갇힌 곳은 요양병원이다. 1939년 생인 아버지는 지난해 팔순을 넘겼지만 그 무렵의 가족모임을 끝으로 더 이상 식구들과 한자리에 모일 기회를 갖지 못했다. 여러 지병으로 2019년 초가을부터 요양원과 요양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2주 전부터는 코로나19 때문에 면회마저 금지되어 가족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섬망 증세와 욕창까지 심해졌다고 하는데 나는 아버지의 구체적인 병세를 눈으로 직접 살피지도 못하고 있다. 문밖의 바이러스가 당신을 좁은 병실 안에 꽁꽁 가두어버렸고, 나와 가족은 마음의 감옥에 갇혀버렸다. 형량은 현재로서는 무기이다. 그 끝이 언제일지를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