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드라마이지만 사회성에 방점을 두고 결혼을 기피하는 세태를 문학적으로 고찰한 작품." 최근 사회적 이슈를 일으킨 '자발적 비혼'과 결을 같이 한다.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번갈아 전개함으로써 그 안에서 발현되는 결혼의 허울을 시시각각 파고든다. 성장과 개발을 외치던 1960년대, 자유와 전통이 혼재된 1990년대, 개인과 행복이 최우선인 2000년대까지 사랑과 결혼의 양상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일찌감치 사랑과 결혼의 환상을 접고 무작정 상경, 돈놀이를 통해 재산을 불린 영임과 쌍둥이 형의 대입 대리 시험과 구직으로 신문기자가 된 하욱은 욕망으로 똘똘 뭉친 광기의 개발시대를 보여준다. 영임은 강남개발 붐에 편승, 잠실, 압구정동 등 요지의 아파트를 싹쓸이하면서 남편에 대한 애정결핍을 아이를 통해 보상받으려 한다. 은희와 정우, 태윤은 불안한 청춘 속에서 꿈도 사랑도 불안정하다. 운동 전력이 있지만 사회적 지위를 욕망하는 정우는 은희와 부잣집 딸 태윤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한나는 캐나다에서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아이를 임신한 채 찰스와 동거하면서 다양한 커플들을 만나게 된다. 작가는 성격도 문화도 판이한 이야기로 다양성과 3040세대를 다루며 미래지향적인 사랑의 결정체를 보여준다. 동시에 그 끝에 둘의 완전한 합일이 반드시 결혼으로 귀결돼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흥미로운 서사와 간결한 문장이 책장을 쉽게 넘어가도록 한다. #책속의한줄 은희의 현실감이 미지근한 적도의 공기를 타고 그에게 전해졌다. 동수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다 불에 덴 사람처럼 깜짝 놀랐다. 그제야 자신이 선을 넘었다는 사실에 허둥거렸다. 그들은 고작 하루 먹고 마시고 놀았을 뿐이었다. 사랑이 완성되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다. 두려움 없이 침대에 올라야 하고 결혼까지 달려가야만 한다. 그 길은 지난하다. 그들은 식후의 포만감 대신 둔중한 피로를 느꼈다. “결혼은 사랑과는 또 다른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흔히들 두 대상을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죠. 사랑의 종착점이 결혼이라고 여기는 생각 말이에요. 하지만 결혼은 연애와 달리 관습과 제도의 문제를 동반합니다. 반면, 사랑이 결혼의 필수 조건이 된 것은 불과 얼마 안 된 일이에요. 과거에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남녀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어쩌면 현재의 결혼은 근대 낭만주의의 욕망이 만들어낸 사생아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