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리를 걸으며 홀짝홀짝 나폴레옹을 마셨다. 이 술은 뭔가, 내 인생에 불가능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금방 다 마셔버렸고 나는 눈에 보이는 슈퍼마켓에 들어가 새로운 나폴레옹을 샀다. 그리고 또다시 걸었고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수배된 자들이 몸을 숨기기 위해 캄캄한 밤에 남몰래 드나들 것 같은 여관이었다. 몇 십 년은 된 것 같은 간판이 삐뚤게 걸려있고, 녹이 슬어 얼룩덜룩한 대문 사이로 보이는 흙 마당에는 쓰레기 더미들이 지저분하게 쌓여있었다. 그 안쪽 구석에는 버려진 듯이 오동나무 한 그루가 서있었다. 내가 이 여관 대문 앞에서 걸음을 멈춘 것은 그 오동나무 때문이었다. 밤바람에 널따란 잎사귀를 한가롭게 흔들고 있는 키가 큰 나무였다. 나는 나무가 무엇인가 내게 말을 건넸다고 생각했다. ‘괜찮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맡겨둬 보라구.’ 분명 그런 소리였다. 나는 녹슨 대문을 열고 여관으로 들어갔다. 2층에 방을 얻어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오동나무를 바라보며 밤새워 술을 마셔볼 생각이었다.이 소설은 사회적 통념과 질서, 원칙 ‘따위’는 도무지 관심이 없는 무개념의 여성, 윤이금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윤이금은 대학의 자퇴부터 직장 무단결근, 혼전순결 심지어는 인생의 중대사라 할 수 있는 결혼에 있어서도 그리고 어떤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눈앞에 닥쳐도 단 1초의 진지한 고민이나 갈등 같은 심리적 변화를 겪지 않는다.모든 선택은 즉흥적이고 본능적이다. “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느 집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느 곳이든 내가 책임져야 할 역할이 있는 곳이었다. 이 역할,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내 역할에 대해 또다시 숨이 막혀왔다. 나는 걷기 시작했다. 어느 집도 아닌 방향으로 어느 역할도 없는 곳을 향해서.” 이 소설은 윤이금의 솔직하고 천진난만한 행동을 통해서 세상의 갖가지 위선과 거짓을 통렬하게 비웃는다. 그리고 이제 지금 또 다른 세대의 주인공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