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도시 - 대규모 전염병의 도전과 도시 문명의 미래
스티븐 존슨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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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 중국 우한에서 최초로 확인된 코로나19 감염병이 전 세계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스노가 브로드가에서 집집마다 확인하여 작성한 감염지도를 지금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GPS) 수신기 위치 정보를 컴퓨터의 지리정보시스템(GIS)에 결합하여 실시간으로 그려낼 수 있다. 불확실성과의 싸움일 수밖에 없는 신종 감염병 대처에서 질병 정보의 시각화는 역학 조사의 핵심 요소이고, 빠른 방역 조치 결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1854년 여름.빅토리아 시대의 한가운데에서 세계 최대의 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런던.가난한 이들이 살던 소호 지역의 브로드 가를 중심으로 악독한 콜레라가 발병한다.불과 열흘 만에 진원지로부터 반경 225미터 이내에 거주하던 사람들 중 500명 이상이 쓰러지고,특히 브로드 가에서는 열 명 중 한 명꼴로 사망자가 속출했던,
그야말로 끔찍한 재앙이었다.

거대교역 도시를 철저히 무력화한 보이지 않는 공포, 콜레라의 발생과 전염 경로를 한눈에 드러내 보여준 감염지도! 감염지도 탄생의 두 주역 존 스노 박사와 헨리 화이트헤드 목사가 지역 주민과 밀착하며 활용한 ‘토박이 지식’들은 당시의 의학 및 정책 분야에 통용되던 지배적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가? 현대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감염지도의 탄생 과정을 치밀하게 재구성하면서 오늘날 전 지구적 난제로 떠오른 공중위생 문제를 날렵한 필치로 파헤친다.

책속으로

우리의 의식은 인간이 활동하는 주 무대의 차원에서는 매우 예리하지만 다른 차원에 대해서는 박테리아만큼이나 둔하다. 런던 및 여타 대도시 시민들이 거대한 떼를 이루어 살기 시작했을 때, 쓰레기를 저장하고 제거하는 정교한 메커니즘을 건설하기 시작했을 때, 강에서 물을 길어 마시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완벽하게 의식하고 마음속에 분명한 전략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결정들이 미생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털끝만큼도 의식하지 못했다. 박테리아 수를 증가시킨다는 것은 물론이고 박테리아의 유전 암호까지 변형시킨다는 것은 추호도 깨닫지 못했다. 런던 시민은 신설 수세식 변소 또는 서더크 상수회사가 공급하는 값비싼 식수를 즐길 때, 기술을 통해 일상을 편리하고 사치스럽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콜레라균의 DNA까지 재설계한 셈이다. 시민들 자신은 전혀 깨닫지 못한 채였지만 말이다. 결국 콜레라균을 한층 효과적인 살인마로 바꾼 것은 런던 시민들이었다.

우리의 현 상황이 어둡게 여겨질 때에는 아주 오래전에 런던의 거리에 섰던 스노와 화이트헤드를 생각해야 한다. 그때 인간이 콜레라의 마수에서 벗어날 길은 없는 것처럼 보였고, 미신이 다스리는 세상은 운명인 듯했다. 그러나 결국 최소한 현재의 우리가 서 있는 자락까지 와서 뒤돌아보면 승리한 것은 이성의 힘이었다. 펌프 손잡이가 제거되고, 지도가 작성되고, 독기 이론이 끝을 맞고, 하수망이 건설되고, 물이 깨끗해졌다.
그런 특별한 성취를 이루었던 브로드 가 사건은 한편으로 곤경에 처한 우리에게 궁극의 위안을 준다.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위험이 아무리 심대하더라도, 그것은 모두 풀어볼 만한 숙제일 것이다. 기저에 놓인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미신이 아니라 과학의 목소리를 듣고, 진정한 해답을 담고 있을지도 모르는 반대 의견에 늘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가 마주한 전 지구적 과제들을 굳이 자본주의가 초래한 묵시록적 위기나 인류의 오만이 마침내 대지의 균형을 깨뜨린 결과라고 볼 필요는 없다. 문제는 1,000만 명, 아니 그 이상이 죽어나간 뒤가 아니라 그러기 전에 위기를 피해 순항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그렇게 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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