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 벌타령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2
김기정 지음, 이형진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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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곰의 온고지신 시리즈 중

지난 설에  연이네 설맞이를 구입해 먼저 접했다.

알록달록 고운 한복의 색과 맛깔나는 글이 마음에 쏙 드는 그림책이었다.

그러기에 받고 보니 같은 기획으로 나온 우리 문화 그림책 시리즈라 더욱 반가웠다.




장승은 알겠는데, 벌타령이라니 ......

읽기 전, 제목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얼핏 장승벌이 지명인가 싶기도 하다가,

얼른 읽어보니 아하~ 천하의 게으름뱅이 가로진이가 장승을 뽑아왔다가

온 세상의 장승들에게서 팔만 번이 넘는 병을 칠하는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벌타령이라 이름 붙였던 거였다.




어린 아이들도 킥킥거리며 웃을 만큼 해학적으로 그려진

가로진이의 벌받는 장면은,

신나게 웃고 나서 게으름을 경계할 만하다.

또한 천지 사방 다 돌아다니며 못난 아들 살려보겠다는 어미의 모습은

대대손손을 이어 오며 그림자처럼 자식들을 길러온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의 그것이기에, 한 편으로 마음이 찡하다.




책을 읽다보면,

이제는 민속촌이던 박물관이던 멀리 일부러 찾아가야만 만나볼 수 있는 장승의 이야기를 낯설지 않게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제주도에서 만났던 검은 돌하르방의 무던한 얼굴,

언젠가 어느 전시에서 보았던 벅수의 유순한 미소,

누군가 투박하게 깎아 우뚝우뚝 세워 놓았던 길가의 장승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헌데 서로 연관이 있겠지 싶었던 그것들이 모두

장승의 지역마다 달리 불렸던 이름들이라니,

그리 우리네 삶 속에 친숙한 것이었던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팔다리 한 짝씩 잡고 쫙 늘어뜨리랑께!”

“터럭 하나 안 남기고 다 뽑드래요.”

“홀딱 벗겨서 옻나무 삼 년, 가시나무 삼 년 매다능 건 워뗘?”

“뭐 할라꼬. 고마 뒷간에 칵 거꿀로 처박으시니더.”

각 지방의 사투리로 가로진이를 벌줄 궁리를 하는 팔도장승들의 모습이 나오는 이 장면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소리내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들도 사투리를 흉내내며 깔깔거린다.

어쩌면 사라져버릴 우리말인 사투리가 책의 맛을 살려주니 반갑기 그지 없다.




노래하고 정성을 들여 장승을 모셨던 조상들의 모습 속에서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린 그들의 순박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의 착한 마음을 지켜주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무서운 표정으로 마을 입구를 지켰던 장승들의 얼굴이

이젠 친근하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우리 것을 재미나게 접해줄 수 있는 좋은 시리즈다.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우리 것을 계속 책 속에 담아나가는 시리즈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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