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대망 11 대망 11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박재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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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권은 읽는데 참 오래걸린 것 같다. 대망 36권 중에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리즈가 12권까지인데, 막바지에 들어서서 그런건지 생각보다 속도가 나질 않았다. 근데 생각해보니 10권부터 11권으로 이어지는 내용 자체가 어쩌면 굉장히 정적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10권부터 등장하는 예수교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지루했는데, 이 내용이 굳이 있어야하긴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정황설명이 빠지면 확실히 11권에서 오사카 겨울전쟁의 배경을 설명하기가 꽤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겨울전쟁 자체는 훌떡 지나가고 여름전쟁의 조짐을 보이면서 11권이 끝난다.

이에야스는 이미 칠순이 넘어서 노쇠한 몸이고, 그가 원하는 세대교체를 위해서 몹시나 애를 쓰는 모습인데, 확실히 생각만큼 되지 않는 모습들이 꽤나 인간적이기는 했다. 세키가하라전투까지는 워낙 이에야스가 모든걸 꿰뚫어보는듯한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이에야스의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은 상황이 오히려 감정이입되기에는 쉬웠다. 그 와중에 오노 하루나가를 포함한 오사카성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역시나 답답함이 느껴져서, 준비되지 않은 채로 어울리지 않는 영향력있는 자리에 앉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오히려 다테 마사무네 같은 사람이 오사카성에 앉아있었다면 어떤 상황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이제 12권 한권만 읽으면 이에야스의 시대가 마무리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대망을 이만큼이나 읽어서인지, 일본학생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화제도 꽤 늘었다. 12권까지 독파하면, 다른 시기의 역사소설들도 좀 읽어봐야겠다하는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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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서평 쓰는 법 : 독서의 완성 땅콩문고 시리즈
이원석 지음 / 유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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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일지는 모르겠지만, 유유 출판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 사실 읽고싶은 책의 범주에 들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한동안 이 출판사의 책들이 저렴한 가격의 대여로 많이 풀렸고, 그 덕에 접하게 되면서 상당량의 책을 장기대여로 쟁여놓게 되었다. 근데, 그 저렴하게 구입한 책들이 잘 읽히기도 하고, 심지어 내용도 참 좋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러한 좋은 선입견(?)을 나에게 심어주는데 한 몫 한듯하다. 물론, 이 책의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아주 참신한 내용도 또는 재미있는 내용도 아니다. 심지어 난 서평을 쓰는 법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도 없었다. 책 표지는 말할 나위도 없다. 솔직히 말해서 예쁜 표지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더 심플한 마음가짐(?)으로 읽기 시작했던 것도 있었다. 설마 이것까지 출판사에서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

아무튼, 그래도 그나마 서평 쓰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을 집어들게 한 원인으로는, 내가 블로그에나마 이렇게 책리뷰를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확실히 책을 읽은 후에 블로그나 독서노트에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책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책의 내용 또한 비교적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그리고 리뷰를 정리한다는 것은 무언가 결과물이 생겨난다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책을 읽고싶다는 동기부여도 된다. 나 나름대로 이것은 선순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과연 잘 쓰는 '서평'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가리키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 것도 있겠다.

저자는 서평을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서평을 통해서 접하는 책들을 깊게 이해한다. 서평이라는 것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그 서평을 읽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글을 쓰는 점이라는 사실을 아주 쉽게 설명해준다. 비교적 짧은 책이긴 하지만 엑기스를 잘 추려서 전달해준 느낌이다. 심지어 굉장히 쉬운 언어로 읽기 쉽게 전달해준다는 점이 굉장히 좋았다. 솔직히 어찌보면 엄청 진부할 수도, 또 엄청 당연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도 잘 정리해주었다는 점에서, 작가의 내공이 느껴졌다.

나도 현재 논문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좋은 글에 대한 갈망은 늘 있다. 서평과는 분명 다른 글이지만, 글을 쓴다는 점에서 공통점도 있다. 사실 블로그에 이렇게 올리는 리뷰들도, 논문처럼 복잡하고 논리적인 강박이 필요한 글을 쓰고싶지 않아서 일부러 가볍게 막(?) 쓰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제대로 된 '서평'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물론 당장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쓰고 조금씩 읽어가면 내 글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당장 내년 즈음에 올해 내가 쓴 이러한 리뷰들을 읽어보면 바로 간지럽고 닭살도 돋겠지만, 이렇게 쌓아가다보면 내 자신의 변천사도 조금씩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살짝의 기대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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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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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손에 꼽는다는 용의자 X의 헌신을 드디어 읽게됐다. 같은 작가의 작품 중 이전에 읽은 작품으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랑 '공허한 십자가', 그리고 '매스커레이드 호텔'이 있다. 근데, 나름 이 작품들이 분위기가 비슷한 면도 있기도 하면서도 나름 또 굉장히 다른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사실 이 작가가 특징이 아직 안잡혔다. 다만 몰입도가 있어서 책을 빨리 읽게 된다는 것과, 뭔가 복잡한 트릭을 쓰는 것 같으면서도 그 트릭을 풀어내야겠다는 엄청난 강박을 주지 않는다는 느낌은 있다. 추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추리 그 자체보다는 그러한 사건에 대한 개연성이나 각 등장인물들의 스토리텔링에 더 집중하는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아마도 가끔씩 찾아읽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공허한 십자가의 경우는 사형제도에 대해서 꽤 고민을 해보게 만들었고,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통해서도 많은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의외로 추리소설답지 않은 포인트가 좋았던 느낌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추리의 영역에 좀 더 힘을 실어준 느낌이다. 아마도 설정 자체가 천재 수학자와 물리학자의 두뇌싸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역시 그 실마리나 동기는 굉장히 과학적이지 않은 곳에서 출발한다. 그만큼 히가시노 게이고는 감정에 호소하는 글쓰기를 참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때로는 그게 은근한 거부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완전한 추리오타쿠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반전을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설치한 나름의 반전을 통해서, 충격과 동시에 주인공의 헌신(?)을 어필한다. 어떤면에서는 감동이지만 어떤면에서는 신파가 되는 대목이기도 한 것 같다. 솔직히 말해, 내 감상은 반반이다. 그럴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신파적으로 느껴져서 약간은 간지러웠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뭐, 이만큼의 스토리를 재미있게 끌고갈 수 있었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한가지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것은, 이 스토리가 신파적으로 끝나는 부분 때문이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용의자X는 살인을 저질렀고, 그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심지어 전혀 죄없는 사람, 관련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혹시나 머리가 천재인 사이코패스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느낌이었다. 물론 그만큼의 충격적인 설정이어야, 작가가 노리는 충격적인 반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추리소설은 좀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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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얼음나무 숲 (완전판)
하지은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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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야 말로, 멋모르고 손에 쥐었다가 밤새도록 다 읽어버린 케이스에 속하는 것 같다. 사실 추리소설이나 판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추리소설은 무서워서이고, 판타지는 세계관이 엄청 복잡하고 절묘해서 어떻게 이런 설정을 생각해냈을까? 싶은 책이 아니라면 거의 읽지 않는 편이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뿐, 추리 혹은 판타지가 가미된 장르라는건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일단, 최근에 '꿀벌과 천둥'을 읽게 되면서 음악을 소재로 한 이야기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점도 있고, 또 나름 클래식에도 관심이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렇게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끊기 어려운 스토리였다.

설정 자체가 17세기로 되어있고, 무슨 예언도 등장하고, 어찌보면 말도안되는 판타지도 등장하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부분이나 심리적인 부분에서는 끄덕여지는 부분들도 꽤 있어서 나름 거부감없이 술술 읽혔던 것 같다. 오히려 추리소설 한가닥으로만 잡고, 판타지적인 요소를 제거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완전 장르는 바뀔 수도 있겠지만, 워낙 소재가 좋아서 그러한 설정이라도 분명 재미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에단의 사람들이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는 장면에는 소설 '향수'의 마지막 부분이 생각나기도 했다.

어쨌든 이 소설이 추리소설의 옷을 입고있든, 판타지소설의 옷을 입고있든, 분명한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꿀벌과 천둥'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콩쿨, 혹은 천재들을 만날 수 있다. 오히려 음악천재들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꿀벌과 천둥'보다 더 자세하게 다룬 느낌도 든다. 작가가 아마데우스에서 영감을 받아서 집필하게 되었다는 설명을 본 적이 있는데, 다 읽고나니 그 이야기가 이해가 됐다. 하지만, 아마데우스와 결말은 다른 것 같다. 어쩌면 작가가 나처럼 새드앤딩을 싫어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결말이 엄청난 반전이 있다거나, 엄청난 충격을 주는 그러한 작품은 아니지만, 그 무난함이 오히려 참 잘읽었다..라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 추리,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새벽까지 논스톱으로 읽을 정도의 작품이라면, 재미있는 것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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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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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작가가 맨부커상을 탔을때도 책을 찾아읽지 않았는데, 어쩐 일인지 엊그저께 이 책을 손에 쥐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사실 당시 상을 탔었던 '채식주의자'의 내용을 얼핏 보고, 이건 나와 맞지 않겠구나 싶어서 아예 읽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희랍어 시간'의 경우는 스토리를 검색도 하지 않고 읽게 됐다. 이제 막 책을 다 읽었지만 무슨 의식의 흐름이었는지 대체...ㅎ 아무튼, 한강작가에 대해서 겁(?)먹었던 것에 비해서는 굉장히 술술 읽혔고, 잔잔한 공감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뭔가 먹먹함이랄까? 희뿌연 어두움이랄까? 뭔가 애매한 감정이 남는 듯한 느낌이다. 일단 소재부터가 말을 하지 못하는 여자와 시력이 사라져가는 남자라니... 어두움보다는 밝은 소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사실 최은영작가의 '쇼코의 미소'를 읽었었때는 상황적 어두움에도 따스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한강작가는 상황적 어두움을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건조하게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심지어 이 작품에서의 문제는, 이들의 상황이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삶을 살다가 겪게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충격에 의한 것 이었을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유전적인 것 이었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경험'이라는 것을 일상적으로 하던 사람들이 중요한 한가지를 잃게 되었을때, 그것때문에 끊임없는 생각과 자신과의 싸움과 나름의 노력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 와중에 만난 이 사람들이 '대화'라는 것을 하게 되었을때, 얼마나 답답하면서도 얼마나 필사적이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꽤나 담담한 느낌이다. 무언가 감정적으로 억제하는 느낌? 이것이 원래의 성격이 그러한 것인지, 필사적인 노력가운데 습관처럼 붙어버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들의 대화는 참 인상적이었고, 또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내가 괜히 심각한 답답함을 느꼈다.

주로 독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 마치 두서가 없는 것처럼, 그들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서 내뱉어지는 생각들. 그러한 산만함에 나도모르게 따라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한강작가에 대해서 검색했을때 주로 보게 된 이야기이지만, 많은 이들이 두번을 읽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래고 두번 읽으면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고.. 음.. 한번 더 읽어야만 할까? 하지만 왠지, 한번 더 읽더라도 시간을 좀 두고서 읽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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