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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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병원에 입원한 화자로부터 시작된다. 영국 동부의 써퍽주로 도보여행을 떠난 그는 여행  만난 과거의 흔적들에게서 강렬한 충격을 받았고 몸져눕게 된다. 그리고 퇴원  브라운을 연구하며 도보여행을 다시 기록한다. 기록의 순서는 기본적으로 여행지를 따르지만  안에 감상은 순서가 없다. 마치 주인공도 길을 헤매고 있는  같은 생각이 들었다. 본문 안에는 없지만,   목차에 소제목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것을 나침반 삼아 읽어내려 갔다. 책의 제목인 토성의 고리처럼 , 주인공은 여행을 하며 파괴된 결과 남게  파편들을 만난다. 그것은 주로 전쟁이나 침략,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서술을 통해 허망함이 남은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전해지는데, 이래서 주인공이 병을 얻게 됐나 싶을 정도로 참혹하다. 책의 진행에서 특이한 점은 구체적인 날짜와 사진 덕분에 역사서나 르포인가 싶기도 했지만,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서술과 연결고리는 어떻게 보면 환상적인 면도 갖고 있고,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가상이지만 상세하게 서술된다는 점에서 소설의 성격도 가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역은  곳일지라도 시간이나 사건은 어떤 지층을 갖게 되는데, 인과관계가 있기도 하고 전혀 다르기도 해서  부분이 흥미로웠다. 작가는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하기도 했는데,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모순 그리고 흔적들을 발견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었나 싶다.  안에서도 공허함에 대한 분위기가 지배적인데 작가가 의견도 그랬으리라 추측해본다. 그리고 풍부한 지식으로 어우러진 글과 통찰력 가득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생각하니, 식민지나 제국주의, 2차세계대전에 관련된 글들이 와닿았는데, 어떤 흔적이 어떤 공허함을 남겼는지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 우리가 지각하 것은 무지의 심연 속에서 짙은 그림자 안에 침잠해 있는 세계의 건물 속에서 드문드문 나타나는 빛의 조각들뿐이라는 것이다. 29

-  시대 전체가 끝나는  한순간의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43

-  원칙에 따르면 미래는 오로지 우리가 현재 지닌 두려움과 희망의 형태로만 현실성을 지니며, 과거는 기억으로만 존재한다. 182

 

*  서평은 서평단 참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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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세상 을유세계문학전집 96
레이날도 아레나스 지음, 변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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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선택하게  단어는 바로 ‘마술적 사실주의이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읽고 나서 느꼈 여운을 느낄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 책의 저자인 레이날도 아레나스도 쿠바 출신으로 책의 기본적은 배경은 멕시코이고, 시기적으로 18세기와 19세기를 지난다. 평소 역사의 타임 라인에 소설을 대입시켜 정치적, 사회적으로 비교하며 읽는 것을 선호하던 나는, 책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문장들로부터 내가 가진 고정관념에 대해 공격을 받았다.

그래서 사실주의라 불리는 것은 정확히 말해 현실의 반대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귀속시키거나 분류하거나, 하나의 관점(‘사실주의자’)에서만  경우 논리적으로 완전한 현실을 포착할  없기 때문이다.” - 15

   책의 주인공은 세르반도 수사로 식민지 시절 멕시코 출신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운명이 투영된  같은 주인공은 교단에서 추방 당하고 쫓기는 신세가 되어 세계 곳곳에서 감금과 탈출을 반복한다. 정치적으로 비교적 앞서나간다 생각했던 프랑스, 영국, 미국을 지나지만  안의 실재는 겉포장 전혀 다르다. 종교적인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어느 곳을 지날때나 그는 피해자의 신분에 놓인다. 그러다 멕시코의 독립을 위해 군대를 모아 귀국하고, 결국 독립을 목격하지만 죽어서까 그는 바다를 건너는 신세가 된다. 줄거리를 보면 어느 수사의 모험담 정도로 치부될  있겠지만,  장면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예사가 아니었다. 1장부터 중간 중간 같은 사건을 다른 시점으로 여러 장에 걸쳐 서술하거나, 화자의 시점이 수사였다가 다른 사람으로 옮겨가는 것이 불규칙하게 진행된다. 본인의 자서전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전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백년의 고독에서도 살펴본  있었지만, 이야기의 진행도 환상적이다. 이런 부분들은 『백년의 고독 떠오르게 했다. 기괴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지만 어딘가 우수에  있는  하다. 나중에 작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쿠바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의 심정이 녹아있는 듯도 했다.

   나에게 좋은 텍스트란, 편적인  담고 있으면서도 쓰는 사람 고유의 무언가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가지를  담고 있었.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것을 추구하는 ‘멕시코 출신 수사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르케스의 책과 같은 카테고리에 묶일  있지만, 레이날도 아레나스만의 결이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여기에 직선으로 나열된 역사 서술이 아니라 문학만이   있는 현실에 대한 서술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있었다.

- 그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교리, 하나의 규정이나 하나의 역사가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다루어야  신비다. 파헤치려는 목적이 아니라(그것은 끔찍할 것이다) 우리가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16

- 사실은 해결책이 없다.  순간 도주하는 것이 무익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무서운 것은 언제 이러한 가능성이  고갈되느냐는 것이다. 139

- “ 삶은 결국  번도 적중하지 못한, 계속되는 추구의 연속이었죠.” 261

*  서평은 서평단 참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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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배신 - 착한 유전자는 어째서 살인 기계로 변했는가
리 골드먼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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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어떻게 ‘배신 ? 처음  제목을 봤을  생긴 의문이다. 다윈이 주장한 자연 선택으로 인해 과거보다  나은 무언가가 남아 지금의 인류가 됐다는 것이 진화의 중심 생각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인류의 생존을 도왔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장악하 근원이  바로  특징들이  이제는 이토 비생산적이 되었을까?” 12 

 책의 담론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비생산적인 문제들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지에 대한 논의로 마무리 된다. 저자는 우선 1장에서 머나먼 조상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몇가지 ‘승리 예를 든다. , 오랜 기간 똑똑하게 살아남아온 유전자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급속한 변화 속도로 인해 “적응이라는 전투에서 지고 있는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크게  챕터로 나누어 설명한다.  부작용이란 우리가 흔히 현대병이라 일컫는 것으로 비만과 당뇨, 고혈압, 불안과 우울증, 심장 질환과 뇌졸중이다. 흥미로운 것은  현대병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적응의 결과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컬럼비아대학병원의 원장  교수답게 풍부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설명하면서도, 우리와 가까운 예를 통해 지식의 이해가 멀리 있지 않음을 느끼게 해준다.

2부에서는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유전자의 자연 선택으로 스스로 적응할 것인지, 우리의 행동을 변화 시킬 것인지 아니면 발전된 현대 과학과 의학을 도움을 받을 것인지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 장점과 단점이 이어지는데,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가지 방법으론 해결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아마 책의 마지막 문장으로 요약   있을  같다.

그러나 20 년에 걸쳐 살아남은 인류가 성공적으로 헤쳐  모든 어려움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다.” 513

 책에 나열된 현대병은 현대의 환경적 요인 혹은 개인적인 요인으로 인해 사람들이 앓게  가능성이 크다. 이와관련된 인류 역사적 고찰과 의학적 전문 지식을 쉽게 이해하고자 한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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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극단적일까 - 사회심리학자의 눈으로 본 극단주의의 실체
김태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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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사회에 남녀노소를 막론한 화두를 한가지만 꼽아보라면 ‘극단적‘이라는 단어로 축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것은 지구적인 현상으로 건강하지 못한 화두임에 분명하다. ’극단주의‘에 대한 정의가 필요한 시점에 이를 고찰한 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은 『자살공화국』,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등에서 남다른 생각과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통찰해 온 저자의 신간이다. 우선 머리말에서 저자는 극단주의를 ‘광신에 사로잡혀 세상을 배타적으로 대하고 자신의 믿음을 타인들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 정의 안에 있는 배타성, 광신, 강요의 키워드를 하나씩 살펴보고 또 다른 특징인 혐오에 대해서도 덧붙인다. 그 다음 서구에서 극단주의 연구가 활발해 질 수 있었던 요인인 테러리즘에 대해 이야기부터 시작하면서 서구의 심리학이 연구한 극단주의 이론으로 논의를 넓히는데, 주류인 미국 심리학에 대해 비판, 보완을 하며 저자의 견해를 덧붙인다. 결론적으로 무엇이 극단주의를 만드는지 앞에서 논의한 것을 바탕으로 종합하는데, 기존의 이론이 아닌 한국 상황에 맞는 견해들로 호환되고, 구체적인 현상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심리를 추론해본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극단주의를 극복할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앞서 극단주의를 정의했던 키워드들을 완충시키고 종국에는 없앨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한다.

혐오 그리고 극단주의에 대해 어렴풋이 이미지는 갖고 있긴 했지만, 체계화하여 정의해볼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진정으로 건강한 담론이 오고 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방해하는 심리적 요인들은 무엇일까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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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계속된다 - 어느 유대인 소녀의 홀로코스트 기억
루트 클뤼거 지음, 최성만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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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루트 클뤼거 『삶은 계속된다

 

어느 유대인 소녀의 홀로코스트 기억

 

   책은 2차대전으로 인해 열한 살에 수용소로 강제로 보내진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스럽게 안네의 일기 연상 되지만,  책은 그와 다르게 오늘까지 살아남은 작가에 의해 쓰여졌다. 이야기는 2차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빈에서부터 수용소, 독일, 그리고 뉴욕에 정착하는 과정이 시간 순으로 진행된다.

  ‘삶은 계속된다.’ 책의 제목처럼 주인공과 주인공의 엄마, 수용소에서 가족이  친구가 그야말로 처절하게 삶을 이어간 흔적을 그리고 있다. 다른 책과 다르 훨씬  몰입이 되었 이유는 단순한 과거의 서사가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말했 것처럼 현재와 과거가 대화를 하고 있는  같다는 것이다. 현재에 삶을 이어가는 저자가 지나  과거가 연속성을 갖고 이어지게 됐는 지에 대해 말하면서 어떤 면에선 날카롭고 차갑게, 어떤 면에선 아주 뜨겁고 단단한 어조를 갖고 있다. 그리고 특별한 다른 한가지는 ‘여성으로서의 기억이 서술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족 안에서, 수용소 안에서 그리고 탈출  사회에 자리 잡으면서 저자는 전쟁의 참혹한 피해자인 유대인인 동시에 역사 서술에서 배제된 ‘여성들의 기억을 꺼낸다. 역사를 단순한 지식으로 접할  쉽게 간과   있는 부분이 섬세하게 쓰여졌다는 것은  책이 홀로코스트 문학인 동시에 특정 관점이 담긴 역사서가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피해자에 대해 짐작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거기에 ‘감히라는 단어를 붙일  있겠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마주해야 하는 이유, 특히 마지막 문장인 ‘괴팅겐 친구들에게 -  독일 책을 전하며.’ 담긴 의미를 곱씹어야   같다. 생각 나는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이기에.

 

* 희망을 품는 것은 의무였다. - 133, 2 수용소 

* 그러나 적어도 자극을 받기 바란다. 성벽 안에 진을 치고 앉아 있지 말고. 이것이 여러분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여러분이 자와 컴퍼스로 깔끔하게 그어놓은 어떤  안에서만 여러분과 상관있다고. 이미 시체더미 사진들을 견뎌냈고 공동의 책임과 동정심에 관한 여러분의 책무를 다했노라고 덮어놓고 말하지 말라. - 180, 2 수용소

 

 

< 리뷰는 블로그 리뷰어 참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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