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 버려서 얻고 비워서 채우는 무위의 고전 명역고전 시리즈
노자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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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주전국시대의 혼란은 제자백가의 출현을 야기했다. 그 제자(諸子) 중의 한 사람이 노자이며, 그의 저작이 도덕경이다. 공자의 유학은 주자로 이어지며 국가의 통치 이념으로 역사의 주무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반면, 노자의 사상은 왠지 비주류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노자의 생각이야 말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동양 철학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도덕경은 총 81장으로 구성되어 37장까지는 도경이, 그 이후로는 덕경으로 구성된다. 도경은 도의 원리에 대해 논하고 있고, 덕경은 도를 매개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즉, ‘도’가 어떻게 ‘덕’으로 작용할 것인지 구체적인 모습으로 논한다. 도경을 대표하는 생각은 무위자연(無爲自然)과 약(弱)이라고 생각한다. 노자는 인간과 사회의 작위가 자연과 닮은 무위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약(弱)이라는 말은 오늘날의 허약하다는 뜻이라기 보다 낮은 곳에 있을 것, 비어 있을 것, 유연할 것, 지혜로써 규정하고 분별하지 않을 것 등으로 변주되고 확장된다.(p.24) 갈등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여 이길 것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만드는 생각과 행동 자체가 무위로 돌아가기 바란다고 느꼈다. 덕경에는 통치와 전쟁에 관한 담론이 꽤 많았는데, 혼란스러운 당시에 대한 노자의 탄식이 들리는 듯 했다. 도덕경에 최초로 주석을 단 이는 한비자였는데(p.19) 노자의 사상이 한비자의 법가로 이어졌다는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도덕경은 그 역사와 더불어 수 많은 주석서와 해석서가 존재한다고 한다. 각주와 해설에서도 그 면모를 살펴 볼 수 있는데, 노자의 생각 뿐만 아니라 중국의 다른 문헌까지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사유가 확장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문이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번역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고전은 단순히 역사가 오래된 책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견딘 내구성을 바탕으로 현재 읽고 있는 독자가 던진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을 개척의 대상으로 삼아 발전을 거듭해온 서양 문명이 지배적인 현대, 혹은 춘추전국시대 만큼 혼란스러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고전이 바로 도덕경이 아닐까 한다. 비우라고 말하고 있는 책으로 내 생각을 채우고 싶었던 역설적인 마음이 들게 하는 책 이었다.


- 도는 [그릇처럼] 비어 있으면서도 작용하니 간혹 다하지 않을 듯 하고, 깊으면서도 만물의 근원인 것 같다. p.48


- 따라서 노자에게 자연은 도道보다 높은 곳에 있는 실체가 아니라 도의 본모습이며, 모든 만물이 스스로 존재하며 변화해가는 과정 전체를 가리킨다. p.92


- 스스로를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러나지 못하며 p.110


-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지만, 자신을 아는 사람은 현명하다. p.136


- 어려운 일을 도모하는 자는 쉬운 데에서 [착수]하고, 큰일을 하는 자는 그 작은 일에서 [시작]한다. p.235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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