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당신의 안부가 궁금했던 걸까요
김본부 지음 / 나무야미안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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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함

유골함이 담긴 나무상자를 받아 들면서
생각보다 무거워서 실수로 함을 떨어뜨릴까 봐 잔뜩 긴장했었다.

예상했던 대로 함은 묵직했지만
그렇게 뜨거울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었다.

버스 맨 앞좌석에 앉아 뜨거운 유골함을 품에 안고
장지에 도착할 때 까지 나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건 아버지의 마지막 온기었으니까.

_ p.33


▫️ 아버지의 마지막 온기는 시간이
시간이 지나도 떠나지 않는 온기 이다.
나는 시간이 지나도 떠나지 않는 온기의 느낌을 알것같다.
그리고 식지 않을 가슴으로 아버지를 기억할 아들의 마음을 알것같다.
안부를 물을 수 없는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들의 온기가 식지 않음으로 그들을 가슴에 넣어둘 수 있기를.

🔹️우리 또한 누군가에게 버스가 된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 그들과 맺은 감정과 기억도 자신의 차례가 되면 버스에서 내린다. 새로운 사람들은 어김없이 버스에 탑승하지만 나는 이따금씩 내 옆에 한 시절 머물다 간 사람들의 안부를 생각한다.
버스는 오늘도 복작거리면서 정신없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왜 나는 벚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먼저 내린 사람들의 안부가 그토록 궁금해지는 걸까.
_ p.63

▫️ 나 아주 어릴적 고딩때,
어느날 교회 한 귀퉁이로 나를 부른 아이가 있었다.
나 보다 한살 어린 이 친구가 말 할게 있다며.
울면서 말하는 그 친구가 꽤나 불쌍해 보였는데 그러면서 하는 말이 본인은 20살이 되면 죽는다고 시한부 인생이라며 지금도 생명을 유지하는 약을 먹고있다고 했다.
놀랄것도 없었다.
딱 봐도 '거짓말' .
이야기의 요 는.
본인은 이렇게 힘든데 사귀는 여자친구는 이런 자기를 몰라주고 헤어질것만 같게 행동한다는 것이였다.
무척 속상해 보이는 그 친구를 보면서 난 속으로 생각했다.
'아, 짜증나. 듣기싫다. 집에 가서 라면 먹고 싶다. 배고프다.'
뭐 어쨌든 그러고나서 일주일 즈음 지나 마주쳤는데 나한테 고맙다고.
누나 덕분에 여자친구랑 다시 잘되어가고 있고 비밀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고했다.
무엇때문에 나 덕분에 잘되어가고 있단건지는 몰라도 암튼 그때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세월이 지나 그 아이는 어찌 사나 궁금했던때에 그 아이를 찾아?보니
그때 싸웠던 여자친구와 결혼하여 40대가 된 지금까지도 잘 살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지인으로도 두지 않았고 그 흔한 연락처도 몰랐고 그냥 한때 알던 아이 였으나
이 책을 읽으니 내가 탄 버스에 탑승하여 내린 승객이 였단 생각이 들었다.
궁금해서 그 아이를 찾은 나는 어쩌면 그 아이에게 안부를 묻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나에게 안부를 물어왔던 책을 다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살아오면서 잊어버렸던 순간들에 대해 나는 한번도 인사를 건네지 않았던것 같았다. 그냥 지나쳐온 순간들에 안부를 전하며 인사를 할 수 있었던 책에 감사하다.

'왜 나는 당신의 안부가 궁금했던 걸까요'

안부를 묻는것으로 그 순간들과 인사해본다.
그리고 그 순간 승객이였던 당신을 이제야 기억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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