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내가 그때의 너를 사랑했다
박견우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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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남겼어야 할 그시절의 청춘 보고서
시와 학보, 그리고 손편지"
아주 새로운 형태의 시집 이다.
편지글이 손편지 그대로 실려있고 그 시절 학보도 실려있다.
그 시절에 대학을 다니진 않았지만 그 시절을 상상하며 뭔가 알것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집이다.
특히 손편지와 학보가 볼 만하고 시들은 어렵지 않아 그야말로 '제주의 밤하늘에 좋은 여운으로 남을' 시집이다.
이 오빠 참 매력 적이다.


🔹️짝꿍에게

네가 전학가던 날
넌 너무나 환하게 웃고 있었어
내 마음은 타들어 가는데
애타게 바라보는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너는 떠나가 버렸어

너를 지우기 위해 무던히 애쓰던 밤
텅 빈 산 위에 올랐어
저 멀리 너의 모습이 보였어
나는 온 힘을 다해 뛰었어
어둠이 너를 숨길까 봐
길모퉁이로 네가 사라질까 봐

문방구 안으로 들어가는 너를
눈앞에 두고 난 잡지 못했어
손을 뻗어 보았지만 멈출 수 없었어
네 이름을 부를 수 없었어

말문이 막혀서
가슴이 뛰어서
내 모습이 초라해 보여서

그 소년이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너를 잡아 본다
추억속에 너를 가두고
밤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밤 내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사랑해 .......
_ p.12


▫️언젠가 다른 리뷰에도 이야기했던 6학년때 같은 모둠이였던 남자아이가 생각났던 시. 공부 잘하고 순하게 생겼던 그아이를 고등학생이 되어 역 앞에서 우연히 보았는데 나에게 인사 할 줄 은.
공부잘하고 교회도 다니고 얼굴도 착했던 그 아이는 참 잘자란 엄친아 같은 모습이였다. 사실 뭐 좋아했던 사이도 아니고 무슨 이야기가 있는 사이는 아니였는데도 그 아이가 생각나는걸 보면 아마 그 역앞에서 사춘기였던 내가 그 아이를 첫눈에 맘에 슬쩍 담았었는지도 모르겠다.
6학년때 신인류의사랑을 워크맨 이어폰을 주면 들려줬던 그 기억이 역앞에서 마주쳤을때 확 되살아난듯 나는 살짝 설레였던것 같다. 이제와서 이 나이 먹고 아들 같은 그 아이를 떠올리는것이 내심 우습기도 하다. 아, 걔도 이제 마흔이 넘은 아저씨지... 젠장.


🔹️모순

위선과 가식이 있어
다행이다
그래서 세상이 돌아간다

너우 본성 그 파괴적 충동
지켜보는 눈이
막아주고 다독인다

착한 척 선한 척 너의 허울
그 위선으로 평화가 지켜진다
조그마한 상식이 잠시 숨을 쉰다

_ p.122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참 모순 이다.
어쩌면 이 모든게 모순 덩어리 일지도 모르겠다.



🌿 사랑, 그리고 그것을 느끼면서 갖게 되는 여러 생각과 감정들이 시에 쓰여 추억을 소환하고 그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학보들과 편지글들이 그 곳으로 나를 데려가는 느낌이다.
왜 그거 꼭 영화 '동감' 같은 느낌 이랄까. 그러고보니 이 영화도 꽤 오래된 21년전 영화다.
참 매력적인 이 시집은 두고두고 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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