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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밀당의 요정 1~2 - 전2권
천지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직업상 남의 결혼을 돕다 자신의 결혼을 꿈꾸게 된 여자와 어떤 이유로 인해 결혼을 기피하게 된 남자가 만나 겪게 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감각적이고도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눈길을 사로 잡는다.
옛 말에 중이 제 머리 못깎는다 하였던가. 자신의 일에는 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이지만 막상 자신의 사랑 앞에서는 약자의 기질을 드러내던 주인공 이새아. 그녀는 헤어진지 얼마 안 된 전남친의 웨딩플랜을 맡은데다 대리 신부 역할까지 하게 된다.
이렇게 기가 막힌 상황에서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에 두 남자가 동시에 반했더라. 건설회사 상무인 권지혁과 당시 식장에서 포토그래퍼였던 조예찬이었다. 재벌남의 명성이 아깝지 않게 바로 돌격하는 지혁은 이제는 연애 말고 안정적인 결혼이 하고 싶은 새아에게 망설임의 이유를 던져주었지만, 그럴수록 더 흔들어보고 픈 마음뿐이다. 그와의 끌림을 무시할 수 없었던 새아는 저돌적인 지혁의 구애를 곧 받아들이고 이내 둘은 사귀는 사이가 되지만, 결혼에 대한 이견 차와 지혁의 혼사문제 등으로 헤어짐의 수순을 밟는다.
그러는 사이 다시 재회한 조예찬이 새아에게로 다가오고, 새아는 잔잔한 호수와 같이 따뜻하고 다정한 예찬의 옆에 있으면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모름지기 결혼은 예찬처럼 잔물결이 이는 사람과 해야 하는 법. 격랑의 파도와도 같았던 지혁이 이따금 떠오르지만 결혼의 동반자로는 예찬이 더 적격이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한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지혁의 잔상이 남아 있다. 이미 사랑의 쓴 맛 단 맛 짠 맛 매운 맛 떫은 맛··· ···온갖 맛이란 맛은 다 본 기혼녀들은 얘기한다. 결혼할 땐 좀 부족해 보일지언정 그저 순박하고 나 하나만 위하는 이가 최고라고. 애정의 함량이 남자쪽으로 더 기울기 시작하면 갑질이 시작되는거라고.
그러나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이 시키는 건 전혀 다른 영역이다 보니 혼란만 가중할 수 밖에. 미래를 논할 수 없는 지혁과 공적이든 사적이든 엮이지 않으려 해봐도 상황은 자꾸만 두사람을 맞붙여 놓지 못해 안달난거 마냥 자주 마주치게 되고 결국 숨겨놓은 진심을 털어놓으며 다시 이어지게 되지만. 솔직히 서브남으로 등장하는 사진작가 조예찬의 쓸모가 이대로 묻히긴 너무도 아쉽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예찬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비춰졌기에 그러할까? 분명 안정적인 결혼생활도 중요하지만 기저에는 애정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다시금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