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미리 짜놓은 분단위의 계획표에 따라 하루 15킬로 이상 걷는 일정을 마무리짓고 숙소에 누워있으면 내가 여행을 온건지 고된 일을 하러 온건지 종종 햇갈리곤 한다. 너무 바쁜 일정탓에 결국 남는것은 사진밖에 없다. 어디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사진을 찾아봤을때야 그곳을 갔었다는것을 깨닳는것이다.

왜 항상 그렇게 힘든 일정을 짜는것일까 생각해보면 아마 불안하기 때문일것이다. 결코 넉넉하지 않은 휴가를 쓰고 적지 않은 돈까지 쓰면서 온 여행에서 본전을 뽑아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하지만 책에서는 그런 불안속으로 자신을 던지라 말한다. 절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정속에서 처음 목적했던것과는 전혀 상관없는것을 얻어가는것이야말로 여행의 본질이라 주장한다.

생각해보면 옳은 말이다. 매일 비슷하게 흘러가는 일상속에서도 내가 완벽하게 통제할수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밖에 없다. 그렇다면 일상을 벗어던지고 떠나는 여행이 완벽해야한다는것은 지나친 자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음 여행은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고 숙소와 읽을 책 한권만을 준비해 훌쩍 떠나야겠다. 가능하면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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