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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관계 심리학
롤프 젤린 지음, 박병화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6월
평점 :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좋은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내키지 않는데도 항상 자신을 희생하면서 양보하고, 거절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 역시 그러한 관계에서 스스로 벗어나고 회복하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했고, 연구소를 통해 심리 상담을 하며 수십만 명을 치유해 오고 있다. 점점 사회에 속하게 되면서 나도 나름대로 예전보다는 단호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앞부분에 나온 한계 설정 테스트에서 C가 가장 많이 나왔다. 이 테스트를 통해 자신에게 무엇이 요구되는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데, 이 책을 읽기에 앞서 그 필요성을 충분히 알려주는 것 같다.
책에서 인용한 로버트 프로스트 <담장 수리>에는 '좋은 담장은 좋은 이웃을 만든다'라는 구절이 있다고 한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의 미덕을 나타내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달리, No를 외치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지켰을 때 삶에 대한 만족과 행복감은 훨씬 커진다. 무리한 호의는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한계선까지 침범할 수 있다. 나도 어린 시절에는 충분한 상황이 못 되는데 상대를 동정하는 마음에 얼떨결에 호의를 베풀거나 혹은 여러 사람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얻게 될까 봐 원하지 않는 모임, 행사 등에 참여하게 된 경우도 많았지만, 점점 그런 것들이 나의 정신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그 후로 책에 나온 것처럼 오히려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선을 긋는 것이 관계를 더 단단하게 해준다는 것에 어느 정도 공감하기도 하며, 현재 어정쩡한 나의 '선 긋기' 위치에 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것 같다. 외국의 다양한 사례들을 들며 단호한 선 긋기가 나를 오히려 보호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인간관계가 단순히 개방, 폐쇄 두 가지 극과 극의 방식으로만 양분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게 해준다. 사회 속에서 나의 가치를 회복하고 건강한 관계를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