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불평등 시점
명로진 지음 / 더퀘스천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턴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갑'과 '을'의 계층으로 나누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갑질의 횡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일비재해왔겠지만 이제는 그 일들이 바로바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우리는 분노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부자도, 권력자도, 건물주도 아닌 전형적인 '을'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충분히 공감하고, 목소리도 내고(물론 마음속으로), 속 시원한 발언들에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 에세이는 '불평등'이라는 소재에 맞게 현재 뉴스의 사회면을 끊임없이 채우고 있는 온갖 실제 갑질의 실례들을 담아냈다. 속 시원한 세 가지 챕터 안에 다양한 불평등을 다루는 소제목들이 보인다. 먼저 작년 스탠퍼드 대학의 부정입학 사건과 정유라를 시작으로 경제적 요소로 부자를 규정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프랑스, 영국의 부자의 기준, 청소 일을 하는 20대 대졸 여성뿐 아니라 '육체가 더러워지지 않으면 정신이 더러워지는 일을 하는' 우리들, 존엄하게 돈 벌고 싶은 당당한 을들의 이야기까지 사이다 발언과 함께한다. 마지막에는 스무 살 아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주는 글이 나오는데, 고전을 읽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약자의 편에 서라는 것. '투표를 잘해라'라는 마지막 말은 왠지 모르게 씁쓸하면서도 가장 무게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소 진중해 보이는 사회고발 같은 무거운 에세이일 거라 생각했는데 나름 유쾌 상쾌한 에세이이다. 쉽게 다뤄질 주제는 아니지만 쉽게 술술 읽히고, 종종 아는 내용과 인용 글들이 보여 재미있게 읽어나갔던 것 같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필요한 화병 나는 현실에 막힌 속을 확 뚫어주는 명로진 작가의 에세이를 통해 온갖 불평등이 지배하는 대한민국과 함께 뼈 때리는 코멘터리를 만나볼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