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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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이라는 제목답게 비록 단편이지만 같은 교통경찰들이 등장해서 여러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는 걸까 짐작했는데, 적당한 분량의 6가지 단편들은 단지 교통사고라는 동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인 줄 알았는데 1989년부터 1991년까지 3년여에 걸쳐 문예지에 실었던 것을 1992년 한 권으로 묶어 출간했다고 한다. 어쩐지 내용마다 왜 CCTV로 교통사고 현장을 확인하지 않는지 의아하더라니! 그만큼 약간 오래된 책이지만 여전히 흥미롭고 반전으로 끝나는 결말들이 매우 오싹하다.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경험으로 집필한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늘 일어나는 흔히 볼 수 있는 교통사고(신호위반, 노상주차, 달리는 차 밖으로 쓰레기 던지기, 스쿠터와의 충돌, 보행자 사고 등)들을 흥미로운 소재와 연결 지었다. 대부분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복수를 하기 위해 펼쳐지는 미스터리와 반전들이 등장한다.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묻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같은 법을 이용해서 복수를 하거나, 피해자의 치밀한 계산과 단순 우연으로 복수를 하는 경우, 비슷한 처지로 위협을 받고 반성하는 경우 등 대부분 인과응보로 잘못하고도 죄의식이 없는 사람이 벌을 받게 되어 속 시원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천사의 귀>

외제차와 경차가 사거리에서 충돌하고, 서로가 교통신호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경차의 운전자는 사망하지만 살아남은 시각장애인인 동승자는 기적 같은 청각의 능력으로 교통사고가 일어난 시각과 교통 신호 등을 토대로 경찰에게 단서를 제공해주는데... 가장 오싹했던 첫 이야기의 반전!

<중앙분리대>

법규는 아주 살짝 어긋나는 것만으로도 적이 되기도 하고 한편이 되기도 한다.

p.103

밤늦은 시간 트럭이 중앙분리대를 넘는 사고가 발생하는데, 사고 직후 앞쪽 왼편 차선에 노상주차하고 있던 차가 바로 출발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목격자. 법망을 빠져나가는 자와 걸려든 자. 우리는 언제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지만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나타내는 이야기이다.

<위험한 초보운전>

"무리하게 속도를 낸 적도 없고, 융통성이 없다고 할 만큼 교통 표지판도 꼬박꼬박 지켰어요."

"그런 걸 융통성이 없다고 하면 안 되지요.">

p.113

앞서가는 초보운전 차가 답답한 뒤차 운전자는 속도를 올려 위협하다가 결국 사고를 내지만 신고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린다. 하지만 전혀 다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는데...

<건너가세요>

누구나 하는 교통 법규 위반이 다른 사람에게는 생사가 오갈 수도 있다.

<버리지 말아 줘>

고속도로에서 커플이 나눠먹던 커피 캔을 창밖으로 던져 뒤차의 동승자인 여자가 눈에 맞고 실명을 한다. 가장 우연성이 강한 이야기인 만큼 제일 재밌게 읽은 부분이다.

<거울 속에서>

제목이 약간의 스포가 될 수 있을 만한 부분이지만, 6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반전은 없는 이야기라 느꼈다. 거울 속에서는 좌우가 뒤바뀐다.

저자는 어떤 운전자라도 '사람을 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무단횡단이나 불법주차 등 흔히들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될 만한 것들이라도 당연히 지켜야 할 도로교통법은 반드시 지키고 도로 위에서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것과 경각심을 일깨우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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