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걸려온 전화
고호 지음 / 델피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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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제목과 표지가 호기심을 자극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재밌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남북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슬프고 가슴 벅찬 장면이 많이 나온다. 표지에 있는 “선생이야말로 남조선에 사는 증거 대보시라요”라는 말 이외에도 맛깔난 북한 말들을 책 속에서 접할 수 있다. 평소 영화에서나 보던, 실제에서는 접할 수 없는 북한 말들이 생생히 전화로 펼쳐진다.





국가유공자인 할아버지와 고모와 함께 서울에 사는 28살 주희는 2019년 어느 날, 850로 시작하는 1996년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설화와 서로 남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친분을 쌓는다. 주희의 할아버지는 전쟁 때 북한에 두고 온 딸(주희에게는 큰고모)을 계속 그리워하며 이산가족 신청을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노래를 잘 부르는 설화는 아버지가 북한 고위급 간부이지만 유학을 다녀온 뒤로 반역자가 되어버린 오빠 때문에 북한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다. 주희가 이런 믿을 수 없는 경험을 하고 북한 전문 기자를 찾아간 이유, 행방불명이 된 주희 큰고모의 정체, 인텔리(지식층) 설화 오빠의 생사, 할아버지의 소원대로 딸을 만나고 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될지, 설화는 상황을 직시하고 공화국을 탈출하게 될지 등 뒷 내용을 계속 궁금하게 하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하나둘씩 비밀이 밝혀지고 크고 작은 반전들이 드러나는 부분들은 가슴을 먹먹하게 하면서도 감동이 밀려온다. 열린 결말로 끝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가장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결말은 여운이 크게 남고 이산가족 그리고 한 끗 차이인 남북 분단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비록 소설이지만 실제 남북 관계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850는 정말 북한 국번일까? 리설주는 정말 소설 속의 그 학교에 다녔을까? 북한의 장소와 주소는 실제로 있는 것일까? 하는, 사실적인 소재들로 인한 의문도 생겨 북한을 묘사한 상황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궁금증도 생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책에 나오는 북한 말투와 단어는 진짜이기 때문에 현실감이 넘친다. 책 마지막 장에는 소설 속 북한 용어가 부록으로 들어있다.

시공간을 초월한 전화 통화로 두 인물의 입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보고 나니 텔레비전에 나오는 탈북자들과 이산가족들도 작은 풀벌레들과 이름 없는 꽃들의 이야기 같은 그들만의 슬픈 사연들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다. 저자에 대한 정보가 많이 나와있지 않아 아쉽지만 그의 첫 작품이라니 놀랍고 다른 책이 출간된다면 꼭 사서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와 감동을 모두 얻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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