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평 반의 우주 - 솔직당당 90년생의 웃프지만 현실적인 독립 에세이
김슬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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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하찮고 가까이서 보면 짠내 나도 나는 내 우주가 퍽 마음에 들어요."

표지에 드러난 저자의 ‘우주’는 매우 아늑해 보인다. 있어야만 할 것만 있는 9평 반의 공간은 7년 만에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한 자취 4년 차 저자의 보금자리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왠지 방문을 그리지 않은 건 이 작고 소중한 공간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걸로 해석되기도 한다.

34 앞으론 새해 인사를 이렇게 건네 볼까 싶다. 큰 시련 말고 소소한 시련이 가득한, 재밌는 한 해 되세요.

39 북유럽 사람들은 첫 월급을 받으면 아름다운 의자를 산다고 한다. 1년 내내 햇살 보기 힘든 날씨라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언덕 위에서 사는 한국의 직장인도 비슷한 심정이다.

음식물 쓰레기통이 사라졌다 제자리에 돌아왔다 하는 것을 보고 두려움에 떨지만 공감해주지 못하는 아빠와 애인. 1인 가구는 무엇보다 안전 면에서 위협을 받는다. 여자라면 더더욱 공감할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1인 가구로 나아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느낄 것 같다. 그 외에도 저자는 독립을 하게 된 과정과 집을 잘못 골라 후회한 경험, 동네 친구의 필요성을 느껴 아는 언니 동네 근처로 이사한 것, 두 마리의 고양이 룸메이트 이야기, 언젠가는 꼭 살고 싶은 로망의 집, 요리에 대한 고충 등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저자도 술을 안 좋아하는 것과 집순이인 것, 청소를 싫어하고 '몸이 알레르기 청정구역'이라는 점 등 많은 부분이 나와 닮아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읽었다. 무엇보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바둑을 두는 시대에 왜 식사만은 여전히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을 만큼 요리를 귀찮아한다는 것에 매우 공감했다.

93 "아빠, 매일 청소하는 거 귀찮지 않아요?" "아니, 마음이 개운해지지."

110 "부담은 잠깐이지만 불편은 그 물건을 쓰는 내내 계속되는 거야." 그 말은 오래도록 남아 물건을 살 때 기준점 중 하나가 되어 주었다.

191 나는 마음 한구석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연락이 끊긴 지는 오래됐지만 지워버리기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인연들' 목록을 비워내기로 했다. 감정은 되감기를 할 수 없으니 지나간 사람은 지나간 대로 두는 게 가장 좋은 엔딩일지도 모른다. '모든 일은 딱 한 번씩만 일어난다.' 친구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쓰여 있던 문장이다. 출처는 모르지만 꼭 인간관계의 본질을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관계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그 순간에 충실할 뿐, 우리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없다. 그러니 추억을 돌아보기보다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해본다.

비록 여러 우여곡절이 있어도 저자가 자기만의 공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하다. 챕터마다 '독립 초보자를 위한 당부'라는 짧은 글에서도 실용적이면서도 저자의 센스가 돋보인다. 이 솔직 당당 90년생의 웃프고도 현실적인 독립 에세이를 만나서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고, 친구가 작은 자취방에 초대해서 독립 라이프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을 받아서 아늑한 기분도 들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들에게 작으면서도 큰 위로와 공감이 될 것 같은 책이다.

"멋대로 만들어낸 당신의 우주 안에서 기필코 행복하시길. 나 역시 그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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