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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날엔 말리꽃 향기를 따라가라 - 삶이라는 여행에서 나를 지켜주는 지혜의 말
재연 옮김 / 꼼지락 / 2019년 11월
평점 :

왜 하필 말리꽃인지, 시에 등장하는 전단향은 어떤 향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 책은 고전시가를 번역한 인도 잠언집으로, 재연 스님이 번역하고 안도현 시인이 읽을 만한 우리글이 되도록 고쳤다고 한다. 인도인들은 삶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궁금해하며 1장부터 4장까지 시를 하나하나 읽어나가기 시작했지만, 인도나 우리나라나 살아가고 사고하는 건 비슷한 것 같다. 인도가 아니라 그냥 우리나라 시집인 줄 착각할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왠지 모를 인도만의 어떤 고유한 향이 느껴지는 시집인 것 같기도 하다. 서문을 읽어보니 시들이 그냥 쓰인 시가 아니라 어떤 형식을 갖고 정해진 운율에 맞추어 표현한 것 같다. 재연 스님은 '정련되지 않은 채 조잡해 보이는 감정의 노출이 보다 진솔한 인간과 사회의 모습인지도 모른다(p.16)'고 한다는 점에서 어떤 시들이 담겨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1장 <베푸는 삶은 갸륵하다>에서는 너그러이 베푸는 아량을, 2장 <세상 역경에도 함께할 사람 한 명만 있다면>은 사람에 관해서, 3장 <산다는 건 끝없이 걸어가는 것>은 삶에 대한 통찰, 그리고 마지막으로 4장 <낮은 것들에 마음이 갈 때>는 작고 하찮은 것에 대한 위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물론 딱 떨어지지는 않고 장마다 두루두루 정서를 공유하기도 한다.


안도현 시인은 이 시집이 '세상의 뒤틀리고 망가지고 모난 마음들을 다스리는 약(p.5)'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는데, 위 시에서 그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안에 '덕이 이룬 작은 동그라미 하나'가 잘 머물 수 있도록 마음을 둥글게 둥글게 모나지 않도록 잘 다스리고 싶어지는 게 하는 시이다. '해와 달'이라는 시에서는 밤낮이 바뀌는 것을 '하늘 옷 한 벌을 돌려 입는다'라고 표현한 것이 매우 새롭게 다가왔다.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니! 나는 부자라고, 관점도 바꾸어서 생각해 보고, 마음에 위안을 얻을 수도 있었다.
단순히 여백이 많아서라는 것도 내가 시집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여백 덕분에 천천히 호흡을 조절해가며 생각을 해보고 차분히 느껴볼 수도 있다. 이 책도 그러하다. 여러 시에서 다양한 정서와 재치가 묻어 나오고, 유쾌한 시들도 많아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 잠언집에서 대부분의 시가 마음을 울리기도 하고 참신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시를 포스트잇으로 표시하려다가 곧 그만두었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과 우리 주변 이웃에 대한 포용력을 주제로 노래하지만, 인도 잠언집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이해하기 힘든 시들은 주석이 도와준다. 인도라는 나라가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오고 정서적 유대감도 생긴 것 같다. 마음이 흔들리는 날에는 이 시집을 따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한 번씩 머리맡에 두고 읽어보기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