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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머무는 자리
이우환 지음 / 세종출판사(이길안) / 2023년 10월
평점 :
품절
p88. 소.....
6,70년대 귀한대접 받다가... 시방 너희들의 신세가 왜 이리 되었느뇨? ~가족이었다. ~너희들만큼 사람을 닮고 희생적인 존재가 어디 있었더냐?
~ 팔려간 새끼를 애타게 그리워하며~ 애절하게 울면서 눈물흘리는 짐승...
음식앞에서도 게걸스럽지 않고, 다투기는 커녕 내 자리마저 슬몃 비켜주기까지하니 참으로 천성이 순박하기 이를데 없는 중생이 아니더냐.
평생을 사람과 더불어 살면서, 논밭갈이로 상머슴 보다 더 힘들게 농삿일을 하고, 새끼 쳐서 아들, 딸 기성회비랑 혼수 밑천으로 보탬을 주다가 수명다하면 머리부터 발끝 까지 살이며, 가죽, 뼈다귀까지 몽땅 하나도 남김없이 바치니 그야말로 인간들에게는 만고에 충성스런 중생이었다.그런 너희들이 이제는 비좁은 우리 안에 갇혀 선채로 그저 갖다주는 사료만 먹다가, 한갓 인간들의 먹거리만으로만 전락하고 말았구나.
~
우리네 인간들이 얼마나 밉고 저주스러울까? 저들의 욕심으로 강제로 맛없는 동물성 사료를 먹여 흉측한 병이 들기 전 어린 나이에 도축을 해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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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적 소는 집안의 가장 큰 재산이었다. 초등 1~2시절에는 나보다 훨씬컷고 유치원 꼬마애가 고삐를 잡아 끌어도 말없이 따라오는 순한 동물이었다. 그 큰발 한방이었으면 날아갔어도 한참 나뒹굴었을 건데.. 우직한 소는 그러지 않았다.
새끼가 팔려갔을때 며칠을 두고 목이 쉴만큼 울어대는 모습을 보았고 그런 울음에 농삿꾼이던 내 부모님은 우는소를 꾸짖지 않았다.
장삿꾼에게 팔려갈때 그 큰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난 아직도 기억이 난다.
쉼없이 흘러가는 세상살이에서 작가의 이 글이 예전 아련한 그 소중한했던 시절을 상기하게 해 주었고, 아낌없이 내어주던 순박하고 착하고 부지런했던.. 그리고 모든것을 내어준 소에게 고마움과 용서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