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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의 돼지의 낙타
엄우흠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4월
평점 :
처음 경수네 가족이 비닐하우스로 이루어진 무동이란 마을로 들어오는 과정 설명부터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결말을 보면서 다양한 사건 중 강도가 가장 낮음을 알게 되니, 어두운 이야기를 선택한 저자 의도가 궁금했다. 저자가 남겨놓은 의미를 잘못 이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약력이나 이전 소설을 찾아보지 않았다. 밝은 소설이었다면 필력이 더욱 빛날 만큼 저자는 장면이나 심리 흐름 변화를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그러니 어두운 이야기가 더 거슬린 거 같다. 의도 전체를 알 순 없지만, 개발제한구역의 해제 등의 민감한 주제 안에서 그들의 아픔 혹은 솔직함을 공유하고픈 의지는 보인다.
작가의 당당함에 박수를 보낸다. 경수 가족이 처한 상황 마리의 죽음, 적지 않은 반목 그리고 현실의 어두운 상황들, 감옥을 다녀오는 어쩌면 우리 생활 한 부분에서 일어나는 민낯의 모습들과 보이는 단어는 무겁지만,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은 평범하고 때가 묻지 않았다. 말투가 행동들이 무섭지 않고 밝진 못해도 맑게 느껴진다. 일반적인 비교는 어려워도 동떨어졌거나 배척하게 되진 않는다. 다시 읽어보니 공감되는 내용이 생기면서 평소에 보지 못한 어떤 영역의 편견을 하나 벗어낸 기분까지 들었다.
“장편소설은 ㅇㅇㅇ 하고 ㅇㅇㅇ 해야 한다.”면 그 교과서적인 소설을 찾는다면 < 마리의 돼지의 낙타 >가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다양한 독자의 마음을 이해한 감성과 다양한 생명력을 담고 있다. 이번에 안 사실이면 작가는 숨은그림찾기처럼 강력한 메시지를 몇 줄의 문장으로 휙 넘어가 버린다. 소설이라도 빠르게 넘어가지 말고 천천히 읽어서 탁월한 묘사장면이나 메시지처럼 숨겨진 보물들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기회가 된다면 경수를 제외한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한 번외편 혹은 < 마리의 돼지의 낙타 2편>을 나오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