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수리 집수리 - 집을 수리하고 삶을 수리하는 건축가 김재관의 집과 사람 이야기
김재관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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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매년 노벨 문학상후보로 거론될 만큼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소설가다. 그런데 나는 정작 그의 소설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고 오히려 그의 수필만을 사랑한다. 특히 먼 북소리라는 책은 매년 여름휴가 때마다 끌고 다니면서 바닷가나 수영장의 비치 의자에서 읽어 댔더니, 두툼한 책이 습기를 머금고 옷에 쓸려 쿠션처럼 부풀었다.

 

내가 그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일단 위트가 있는 글이어서 읽는 재미가 있으면서도 그저 낄낄대는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깊은 고독과 사유가 느껴지는 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글을 읽노라면 나도 그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의욕과 열망이 불끈 불끈 샘솟아서, 내 글을 쓰는데 적잖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해서, 그런 글이 내 손끝에서 나오는 법은 좀체 없기는 하다)

 

나만 재미있는 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매년 엄청난 수의 신간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중에서 인기가 있다고 할 만큼 여러 독자의 사랑을 얻는 책은 일단 재미가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거기에 더해 그 재미란 것이 무언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면서 감동까지 준다면 그런 책이 결국 입소문을 타고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것이리라.

 

건축가 김재관의 책, ‘수리 수리 집수리는 그렇게 깔깔거리게 만드는 재미가 있으면서도 때로 가슴 먹먹한 감동을 주는 책이다. 집수리의 실질적인 내용은 거의 없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에 대한 철학만이 주를 이루는 책이지만, 다른 어느 책보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집수리 과정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의 책을 읽노라면 집수리가 단순히 낡은 집의 일부를 헐어내고 새로운 평면에 맞게 새로운 재료를 덧대어 집을 고치는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다채로운 인간관계를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아올려 완성하는 득도의 과정 같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건축가이기 때문에 이 책이 이토록 더 재미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건축가 김재관은 소설가만큼이나 예리한 관찰력과 직관을 가지고 있는데다, 자신이 경험한 울화통 터질 만한 상황들까지도 유쾌하게 전달해 낸다는 점에서 분명 또 다른 울림을 준다. 따라서 건축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토록 개성 넘치는 집수리 건축가가 펼쳐 놓은 이야기보따리는 충분히 흥미로우면서도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로서도 휴가 때 끌고 다닐 책의 후보가 한 권 늘어서 더 없이 기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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