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안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2
에리히 케스트너 지음, 전혜린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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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단점은 무언가의 도덕적 메세지라는 것이다. 옥에 티다. 그것만 없었으면 그 얄궂은 교훈성을 구지 전달하려 애쓰지 않았더라면 완전 무결한 걸작이었을텐데..... <파비안>은 소위 세태의 난장판 속에 유달리 상처받기 쉬운 의식의 노예..악에 냉정하고 정의 에 불타는....그러나 그 도덕적 인간이란 내게는 하나의 귀찮은 단점으로 보일뿐 결코 위대해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고독하고 자의식적이고 양심적 인간 파비안의 불행, 어둠을 그대로 내버려두었어야 옳다. 특히 파비안을 죽게 만든 도덕적 비극, 수영하는 아이들을 구해주려다 죽는 것의 설정은 소름끼칠 정도로 엉뚱한, 작위적, 구태의연한 도덕교훈적 비극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족이랄까. 이것은 천재들이 저지르는 황당한 실수, 뭔가 극적 효과를 주지않고는 못배기는 소설가적 상상력의 군더더기 결말이다. 파비안의 귀찮고 불편한 의식은
동정했으면 동정했지, 나는 하등 고결한 감정은 받을 수 없었다. 그 의식과 그 고뇌, 그 인류사의 고뇌를 저 혼자 담뿍 안은 듯한 도덕성을 무슨 우월한 정신적 인간인양 추켜세우고 싶지않다.

그런데 그것을 다만 중얼중얼 설교하는 책이었더라면 ......결국 이 작품을 집어던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시종일간 불편하면서도 목구멍에 치미는 묘한 압박감
때문이었다. 그 압박감은 장중한 영화, 심각한 영화를 볼때와 마찬가지의 어떤 진지하고 엄숙한 느낌이었다. 중후한 무게감, 암울한 분위기로서의. 도덕적 인간의 냉철하고 섬세한 눈길로 세상의 모순을 핵심만 간추려 정확히 묘사한 점에 휘말리고 만 것이다. 작가의 하드보일드한 문체는 압권이다. 게다가 시적 서정성이 풍기기까지하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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