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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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완서 님은 내게 특별한 분이다. 내게 문학의 꿈을 심어주셨고, 여성도 저렇게 당당하게,

단호하게 살아가야한다고 길을 가르쳐주신 분이다. 나는 대학 1학년에 어느 수업 강의실에

앉아, 20년 후 나의 모습을 글로 쓰라는 중간고사 시험지를 받았다. 나는 직업을 4개 가지고 사는

커리어 우먼의 하루를 일기처럼, 수필처럼, 소설처럼 형상화해서 썼던 기억이 난다. 그 중에 하나

는 소설가가 되어서 박완서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어있는 것이었다. 대학입시를 하던 20대 초반

시절, 내 인생에 가장 부럽고 존경스럽던 분이 바로 그 분이었다.

   박완서 님은 현재 70대 후반의 연세에도 비교적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몇 안되는 작가이고, 여

성 분이다.이번에 나온 '친절한 복희씨'는 책 안에 실린 단편 중 하나의 제목이고, 한 때 대중적으

로 성행했던 어느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한 것 같기도 하다. 더러는 2006년에 나온 작품도 있고

연도는 섞여있으나,  가장 최신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어쩜 그렇게 글이 여전히 깔끔하고

군더더기 하나 없을까. 정말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실력이다. 천의무봉의 실력에 노련미와

마음까지 깃들었으니 박완서의 작품은 갈수록 좋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더욱 깊어진 안목과 삶을 끌어안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서술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간혹,

이것은 대중들이 제법 좋아할만큼 통속적이기도 하고, 아주 깊은 혜안을 가진 덕으로 흔히 말하는

본격 문학으로도 빠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수필같기도 하고 일기같기도 하지만, 가장

크게 와닿는 부분은, 그녀가 바로 우리들 앞에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얘야, 이 사람아, 있잖아, 내 얘기 한 번 들어봐... 이런 식의 옛날 이야기

처럼 그녀의 이야기는 분명한 서사가 있으면서도, 한 번 들으면 끝나고 말 가볍고 싱거운

얘기가 아니라, 뭔가 아릿하고 아련하며 읽은 이의 마음을 건드리고 추억을 일깨운다.

그래서 그 이야기는 포근한 문체와 함께 자체로서 생명력을 가진다. 독자와 함께 공존하고

독자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자극적이거나 지나치게 예술성을 추구하는 현대의 모든 예술

작품을 아우를 수 있는 힘은 뭐니뭐니해도 포용력일 것이다. 얼마나 넓고도 깊게 감동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다. 나이가 주는 경험과 혜안으로 삶을 싸안고 어루만지는 힘은,

마치 어릴 적 외할머니가 내가 체했다고 할 때마다 나를 눕혀놓고 배를 둥글게 맛사지해주던

기억과 맞먹는다. 박완서의 글은 치유의 힘을 가진다. 나보다 낮은 사람들의 한을 보여주어

내려보게 하고, 그러나 그렇게 사는 서민이나 한많은 사람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과 주장

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삶을 내게 대어보고 우월감을 느끼라는 것이 아니라 포용력을

가지라는 것이다. 포용력은 이기주의나 개인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일 수 있다. 노년 문학이라고 해

서 젊은이들보다 나이 드신 분들이 읽어야 할 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의 글은, 따뜻하고

느긋한 마음을 갖기 힘든 시기인 10대, 20대부터 읽어야 한다. 그녀의 감수성 또한 그들에 밑지지

않는다. 그녀는 아직도 촉수가 예민해서 모든 것을 감지해낸다. 그래서 이야기 속 여인들은, 혹은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 또한 확실히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 속에 푸근함과 여유가 또 한번

사골 국물 우러나듯 우러나오니 오히려 보너스라고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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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토익 실전 Listening 테이프 4개
해커스어학연구소 편집부 엮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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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해커스 토익 실전 리스닝 교재를 샀다. 테이프가 없어도 되겠거니 생각을 한 것이

우선 들었던 것은, 아직 돈 한 푼 벌지 않는 학생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재를 먼저

구입하고 나서 테이프를 며칠 늦게라도 구입한 이유는, 리스닝 책 뒤에 붙어있는

쿠폰을 발견하고서였다. 동영상강의 한달 무료 쿠폰이었는데, 해당 사이트에 가서 거기 입력된

쿠폰 번호를 입력시키면 되는 것이었다. 강의를 한 회분 들어보니 강의도 재밌고 중요한 포인트를

콕콕 집어주는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가장 문제점은 테이프가 없어서 예습을 할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한 달 동안 80강이나 무료로 주는데, 원래 가격을 보니 40000원 짜리였다.

한 달이 끝나면 그 돈 내고서라도 들어야지 생각이 들만큼 알찬 강의였는데, 예습을 하고 들으면

더욱 효과적일 것 같아서 테이프를 구입하게 되었다. 생각대로 공짜 강의의 효과는 더욱 높아진

것 같았다. 테스트 1회분의 분량을 테이프로 먼저 듣고 문제를 풀어보니 영국식 발음과 호주식

발음이 생소한 내게는 어려운 문제들이 많았다. 그래서 틀린 것들도 주로 영국식 연설문 종류

였다. 테이프를 반복해서 영국식 발음으로 나오는 문제를 몇 번 듣고 따라해보았더니

발음하는 법칙이나 소리도 좀 익히게 되고 훨씬 나았다. 그런 상태에서 강의를 또 한번 들으며

복습까지 해주니 완벽한 느낌이 들었다. 단어를 많이 모르고 토익 경험이 뉴토익 이전인 2004년

도에 2회 정도 밖에 없는 내게, 해커스 토익 리스닝 교재와 테이프는 마치 바늘과 실처럼 궁합이

척척 맞았다. 거기다, 무료 동영상 강의까지... 해커스 토익 실전 리스닝 교재를 산 분이라면

당연히, 테이프까지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다. 그리고 어느정도 기초가 되어있는

수험자라면, 시중에 나와있는 교재 중에 해커스 실전 토익만큼 유익한 교재는 없을 것 같다.

달마다 토익을 보는, 스스로 토익 회사에 기부금을 낸다고 말하는 내 친구도 자칭 해커스 매니악

이다. 600점 이상 받는 분이라면, 반드시 이 교재를 보아야하고 바늘있는 데 실이 있어야 바느질을

할 수 있듯이, 테이프도 자동 함께 사야 한다. 해커스 토익 실전 리스닝& 4개의 테이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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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성정치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8
한서설아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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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간에 아름답고 날씬한 여성에 대한 환상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다.

별로 뚱뚱하지 않은 여성까지도 살빼기에 온갖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은 가히 병적이다. 

   이 책은 다이어트 열풍의 원인을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분석한다.  정치적으로 혼란스

러운 시기, 여성이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적으로 더 나은 지위를 갖게 되는 시기마다  여성을 외모로써 규정

짓고 가두어버리려는 남성적 음모가 강해진다는 논리는 일리가 있다. 부르조아가 등장하면서 부의 상징이었

던 음식의 양이 질로 바뀌었다는 역사적 기원 또한 동의할만하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주를 이루는 미에

대한 기준은 거의 서양인에 초점을 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정말 얇지만, 저자가 참고한 도서 목록은 정말

엄청나다. 하지만 사례 제시의 경우는 너무 고른 티가 나서 편파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주장을 할 때,

자신의 주장과 부합되는 예시를 가져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논리 같지만, 일부의 여성들이 그런 병적

인 식단 조절을 감행하고 있다고 해서 한국 사회 전체 여성이 그런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 같다.  설문 조사한 당사자들의 학력 수준이나, 정신적인 상태, 주위 환경 같은 모든 여건이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자극적인 발언들만 골라  온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160이 채 되지 않는 키에 50킬로그램이 넘는 몸무게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게까지 신경이 쓰이지 않

는다.  내가 보기에 다이어트란,  끊임없이 제시하는 상업적 광고를 자주 접하는 사람의 경우에 영향력이 큰

화두인 것 같다.  이 책은 물론 다이어트가 내포한 정치성을 전제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성실하고 충실하

게,  그 현상과 원인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내용은 이런 현상을 진단하는 것에 그치고 있으며

결론 또한 뻔하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나 대응책은 제시하지 않고, 막연하게 다이어트하는 여성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만드는 이 사회에 딴지를 걸어야 한다는 식으로 마무리 짓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논문을 쓰기 위한 글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많이 배우고 생각이 깨인 여성들이

나 남성들은 몸에 대해 그런 강박관념을 가지진 않을 것 같다.  논문을 쓰기 위해 너무 과장된 사례들만 갖다

놓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디서나 만날 법한 결론으로 책을 끝낸 것도 이 책의 결점인 것 같

다.  좋았던 점은, 추상적이거나 어려운 학문 분야를 다룬 것이 아니라, 누구나 접하고 있으며 상식적인 수준

의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소재적인 측면에서 아주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 번쯤

은 읽어볼 만한,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내용을, 부담없는 가격과 시간을 들여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다이어트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된 것이 자본주의 사회가 성립되면서였다는, 역사적 배경

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어떤 이념이나 정신적인 문제들만큼이나,  미에 대한 이데올로기도 오랜 역사 속에서

갈등 구조를 가지고 형성되어 왔으며, 정치적, 사회적으로 악용되기도 한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뚜렷하게 알지 못했던 부분들이었는데,  이 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어 좋았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자신이 가진 개성을 맘껏 펼치는 시대에, 아직도 마른 것만이 최상의 미인 것처럼 강요

하는 이 사회에 대해 자그만 저항의 몸짓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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