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식민지 근대성 -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을 넘어서
신기욱.마이클 로빈슨 외 엮음, 도면회 옮김 / 삼인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에선 이과에 진학하면서, 대학교에선 공학도가 되면서 역사에 관심을 갖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도 뉴스에서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나 독도문제가 붉어져 나오면 발끈하여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도 주지 않은 일본에 강한 분노를 느끼곤 했다. 내가 직접 겪진 않았지만 식민지 시절 일본의 억압과 만행에 대해 얕게나마 배웠고 어릴 때 까지만 해도 반일감정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에서 자란영향이 큰 듯하다. 학기 중에 기초교양과 전공에만 전념하기에도 바쁘지만 ‘한국의 식민지 근대성’이란 책 제목은 내게 일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줄 책인 것만 같았다. 

 


한국의 일제강점기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내재적 발전론 두 번째는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두 시각을 넘어서 탈민족주의 관점에서 식민지 시기역사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근대는 전근대보다 진일보한 시대이며 그러한 근대로 나아가는 일이 식민주의와 같은 퇴행적 현상과는 절대로 연관될 수 없다는 민족주의의 주장에 대해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먼저 1부 식민지 근대성과 헤게모니에서 식민 통치에 의한 문화, 사회의 변화 양상을 서술하였다. 또 그 과정에서 조선인들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서술했는데, 그 대표적인 부분으로는 2장이다. 2장에서는 통계자료를 중심으로 라디오의 도입과 그에 따른 조선에서의 독자적 문화 생성을 다루었는데 이장의 필자는 제국주의 라디오 방송국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예기치 않게 한국 서민층의 문화 복지 향상에 도움을 주었다는 견지를 펴고 있다. 또, 2부식민지 근대성과 정체성에서는 강점기의 민족 정체성과 의식에 대해 서술했다. 신채호 이래로 형성된 민족주의의 낙오자들인 여성과 농민, 백정들이 주로 문학작품 내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를 논했으며, 이 시기에 근대적 계급의식이 성장했고 민족주의 등의 근대적 특성이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12장으로, 신채호가 민족주의를 주창하게 된 시기와 계기가 모두 일제강점과 관련 있다고 서술했으며 그 역시 민족주의에 환멸감을 느껴 나중에 아나키스트로 돌아서게 된 계기를 제시하여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을 더하고 있다.

 


 책에서는 이런 내용을 통해 한국 또한 서양과 같은 방식으로 근대화를 치렀고 그 시기가 일제 강점기였다고 해서 근대화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고 있다. 이 부분은 무조건적인 반일감정을 갖고 있던 내게 마음에 가장 와 닿는 부분이었다. 솔직히 책 중간 중간에 너무 학술적인 내용은 이해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책에서 밝히고 있는 근거 또한 매우 타당하게 느껴졌는데 그것은 이러한 근대화가 일제의 정책뿐만 아니라 조선 민중의 참여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식민지의 근대화론 역시 내재론과 완전히 다른 개념은 아니라고 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교육과정에서 배운 내용만으로 추측하자면 한국의 근대화는 내재적 발전론에 가장 가깝기 때문에 왜곡된 사실을 알고 있는 많은 학생들에게 이 책의 새로운 관점은 많은 생각해 볼거리를 준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을 잡게 된 가장 큰 이유가 ‘해방이후부터 현재까지 식민지 시기의 근대화는 어떤 결과를 낳았으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였는데 그 부분은 자세히 다루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다. 하지만 이 책이 우리에게 강점기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방법을 줌에는 틀림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이 민족주의역사를 편향적으로 바라보았던 것을 자성케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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