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좋지. 자기 자랑, 좀 그래.

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을지로 입구역에는 리브로라는 대형서점이 있다. 그 매장 한 귀통이에서 다정다감한 코너를 발견했으니, 바로 중고책 코너이다. 참으로 반갑다. 나 같이 책을 사는데 인색한 자에게도 중고책이라면 귀가 솔깃하고 발걸음이 절로 간다.  

중고 코너 평대에 드러누워 있는 몇몇 책들은 익히 보아왔고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 것들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의 면면을 찬찬히 본다. 고민 끝에 고른 책은 '리버보이'  

이미 잘 알려진 책이기도 했거니와, 언젠가 원서로도 국내에 소개되어 있는 것을 눈여겨 봐왔던 터였다. 청소년 소설의 정수라는 꿀 발린 말도 어느 정도 먹혔다.  

유달리 물을 좋아하는 소녀 제시카. 물의 포근함에 몸을 맡긴 채 몇 시간이고 헤엄치기를 좋아한다. 그녀가 존경하는 할아버지는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고집스런 미술가이다. 어릴 적에 떠나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고향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휴양지로 선택한 할아버지는 힘겨운 몸을 이끌고 가족 휴가를 떠난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생명이 차츰 잦아들면서도 마지막까지 혼신을 다해 '리버보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그린다. 할아버지의 고향에 처음 온 손녀 제시카는 강물에서 수영을 하면서 '리버보이'를 만난다. 할아버지와 제시카는 이생을 두고 인연이 끊어지지만 여전히 그 둘은 리버보이라는 대자연의 품에 있음을 확인하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을 연상시킨다. 떠나는 사람의 한 평생과 이제 막 인생의 꽃을 피우는 15세 소녀, 그리고 그 시간을 아우르며 오늘도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 그 강물은 우리네 인생이 굴곡지고 험난하고 따뜻하고 때로 평화롭다고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굽이굽이 흐르는 그 물속에 넉넉히 담고 있다.  

잔잔함이 이 책의 중심 아우라라니 다소 지루해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읽는 내내 뇌가 멍해지려는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긴장을 해야 했다. 그러고보면 자연은 참, 멀리서 바라보면 좋은데 그 안에 들어가면 심심함이 있다. 내가 아직 젊은가보다. 

아름다운 표지를 한 번 바라보고 글쓴이의 프로필도 읽고 다음 장으로 넘겼는데, 뜨악 했다. 물을 상징하는 푸른색의 잔잔한 면지 바닥에, 여기저기서 긁어온 시끄러운 칭찬 일색의 글을 철퍼덕 깔아놓은 것이었다. 앞 면지에 찬사 일색의 칭찬 글을 늘어놓는 것은 책의 내용에 몰입하는데 적잖게 방해가 된다.   

 

일반적으로 어떤 책에 대한 비평 글이든, 감탄사와 감동으로만 시종일관 쓰여진 것은 없다. 한 소설 안에서 자신에게 울림을 주었던 부분과 더불어 실망했거나 아쉬웠던 부분도 언급되기 마련이다. 제아무리 평범한 독자라도 모두 아는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비평글의 일부 따사로운 부분만 보여주는 것은 독자를 우롱하는 듯한 느낌은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