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수수께끼 - 개정판 마빈 해리스 문화인류학 3부작 1
마빈 해리스 지음, 박종렬 옮김 / 한길사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 이 책은 한 마디로 '문화 인류학'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마빈 해리스는 유명한 문화인류학자이기도 하다.

사실 문화 인류학이 친근한 학문은 아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문화 인류학은 친근하지만은 않은 장르임이 분명하다.

간단하게 정의내리자면 문화 인류학이란 인류의 생활과 역사를 문화의 측면에서 분석하는 학문이다.

책을 읽기 전 먼저 '문화 인류학'의 정의부터 찾아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 인류학이란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추구하는 것인지에 대한 감이 오지는 않았다.

이러한 문화 인류학을 이 책은 다양한 사례로 우리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우리는 오늘날 서구적 관점에서 문화를 해석하곤 한다. 그리고 낯선 문화는 '미개한 문화'로 간주되곤 한다. 우리의 상식상으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령 특정 종교에서 돼지를 혐오하는 문화들을 바보같은 짓이라고 판단하는 일들이 대표적인 예시일 것이다.

<문화의 수수께끼>는 그렇게 우리가 '미개한 문화'로 간주했던 문화들을 과학적 증거들과 지리학,생태학적 증거들을 사용해 분석하고 납득시키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감히 우리는 그 어떤 문화도 미개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각각의 문화뒤에는 그 문화가 탄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문화의 수수께끼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의 시선에서 '미개한' 문화의 궁금증들을 하나하나씩 타파해나간다.

그리고 각각의 문화들을 풀어냈던 코드들은 전혀 상관 없을것만 같은 문화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데 도움이 된다.

암소숭배로 돼지혐오와 돼지숭배를 설명하고, 돼지 숭배문화를 통해 극단적으로 가부장적인 부족의 사회체제를 설명해나간다. 거기서 더 나아가 이 책은 그 모든 문화적 코드들을 사용해 전투적 메시아니즘을 설명하며 마지막으로는 마녀사냥에 대해 설명한다.

얇지만 끈끈한 줄로 이루어지듯, 서로 다른 문화들은 그렇게 연결되어 설명되어진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챕터는 제 9장 '빗자루와 악마연회'였다.

몇 세기동안 서양을 뒤 흔들어놓았던 마녀사냥. 왜 사람들은 마녀의 존재를 믿었을까? 마녀사냥은 왜 그토록 많은 희생자를 낳을 수 밖에 없었을까?


과거의 사람들이 마녀의 존재를 믿었던 이유가 단순히, 그들이 순진해서 혹은 그들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이 마녀사냥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정치적인 분석과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과거, 사회적인 혼란이 만연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돌릴 수단이 바로 '마녀사냥'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녀사냥의 화살은 오직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만 향했다. 마녀사냥으로 지목된 사람들은 악마연회에서 본 다른 인물들을 입으로 뱉어내야만 했고, 만약 그자리에서 귀족의 이름을 말한다면 그들은 더 심한 고문을 당하게 되었다. 결국에 이 마녀사냥은 상류층의 지위를 더 견고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혐오의 시선은 돈이 없고 힘이 없는 사람들끼리 던져지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마녀사냥은 우리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아니라, 가슴아픈 인류의 역사이다.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 한 마디로 '인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인문학을 사랑하고, 문화를 해석하고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정말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쉬운 책은 아니다. 다소 난이도가 있는 책이며 어느정도의 배경지식이 수반되었을 때 더 쉽게 읽혀지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가 즐거워지는 책임은 분명하다. 그건 내가 장담할 수 있다! 많은 것을 느끼고, 알아갈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돌아보고, 우리가 타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었던 것 같다. 또한, 문화를 분석해내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그 문화들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따듯한 마음이 우리의 삶에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마빈해리스의 문화 인류학 도서는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식인문화의 수수께끼>가 그 주인공이다. 다음 달에 이 책을 읽어 볼 예정인데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마녀광란을 통해 중세 후기 사회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교회와 국가에서 인간의 형태를 취한 가상의 괴물에게 전가시켰다는 데 있다.

(중략)

성직자와 귀족들은 도처에 흩어져 있지만 가나해내기 힘든 적들에게서 인류를 보호해주는 위대한 보호자로 등장했다. - P3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