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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일기 -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집을 짓다
박성희 지음 / 책사람집 / 2023년 2월
평점 :
병가 휴직을 반복하다 이내 퇴직을 했다. 퇴직을 하고 나니 굳이 도시에 있을 필연적 이유가 없어졌다. 바닷가 시골은 어떨까? 산을 좋아하는 반려견 셜록을 위해 산이 있는 시골로 가야하나? 유튜브에서 시골집을 볼때마다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떠나지지 못한다. 아직, 막막하다. 나이며, 가족이며, 많은 상황들이 다르지만 작가님의 집을 짓고 그 속에서의 일상은 내게 시골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이었다.
156페이지
생을 떠나보내야 할 어떤 순간, 그 찰라의 순간은 어떠할까? 가슴 한가운데가 쿵하며 시리도록 허무하게, 그 순간은 빠져나갈까? 그냥 편안하게 졸리듯 잠에 빠져들 수 있을까? 언젠가의 해질 무렵처럼 환한 미지의 공간 속으로 빨려들어 날아오르듯, 그렇게 사라질 수 있을까? 봄 아지랑이 속, 꽃향기 속에 가벼운 나비처럼 팔랑, 공기 속에 수증기처럼 사라질 수 있을까?
삶의 유혹과 산만함으로 생의 가장 가운데 부분을 송두리째 바치고 가까스로 돌아와 앉은 책상에서 전영애의 글을 읽는다. 내 어릴 적 그림자가 비척거리며 떠나지 못하고 엉거주춤 자리하고 있어 마음 아프다. 가볍게 가리라, 가볍게 사라져가리라. 온 생에 드리웠던 그림자, 그렇게 걷히기를.....
나도 언젠간 생에 드리워져있는 그림자가 걷히겠지. 그때가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