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보이> 상영회 참여 후기
어느 날 알라딘에서 메일이 와서 보니 영화 <모던보이> 시사회에 관한 내용이었다. 얼마 전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언뜻 보고 흥미를 갖고 있던 중 마침 이런 메일이 오자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응모했다. 조마조마하고 있던 차 당첨되었다는 메일이 오자 기뻐서 "알라딘! 고맙다!"라고 소리쳤다(물론 입으로 소리낸것은 아니다). 아무튼 덕분에 나와 친구는 생전 처음으로 당당히 단성사에서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모던보이>는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전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권력과 재물을 모두 틀어쥐고 있는 아버지, 동경대를 나와 당시 조선 최고의 엘리트만 근무할 수 있었던 조선총독부에 근무하며 경성 모든 여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살던 당시 최고의 모던보이 이해명은 어느날 즐겨찾던 술집에서 조난실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물론 항상 그렇듯이 그녀는 "어려운" 여자. 그는 검사친구 신스케의 도움으로 그녀와의 만남에 성공하고 연인으로 발전해간다.
한없이 행복했던 둘만의 시간. 그러나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알고보니 그녀는 독립투사였던 것. 물론 이것은 이미 그녀에게 푹 빠진 그에게 별다른 장애는 안되었다. 그런데 그를 더욱 기겁하게 만든 소문이 있었는데 바로 그녀가 유부녀라는 내용이었다. 남편은 중국에서도 알아주는 미남자이자 이름까지 화끈한 "테러박". 이때부터 질투의 화신으로 태어나는 해명과 조난실의 숨바꼭질이 이 영화의 주 장면이다.
이렇게 언뜻보면 가벼운 코믹물 같고 중간중간 나오는 한국영화 특유의 익살과 해학적인 장면은 이러한 오해를 더욱 쉽게 받아들이게 하지만 이는 무거운 주제를 보다 가볍게 전달하고자 하는 하나의 장치로 볼 수 있다. 물론 나도 이런한 선입견을 가지고 가볍게 영화를 보았으나 막상 영화를 다본 후 뭔가가 엉덩이를 무겁게 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유는 이 영화가 나에게 2개의 무거운 주제를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이 2개의 관점으로 다시 영화를 본다면 색다른 재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누가봐도 시대의 행운아였던 이해명이 시대의 흐름에서 튕겨져 나올수 밖에 없었던 과정을 생각하게 한다. 자신밖에 모르고 남부러울것 없던 그가 한 여자로 인해 조국과 조선인을 생각하게 되고 다시는 자신과 같은 불행한 연인이 없기를 희망하며 모든 밝은 미래를 포기하고 독립투사의 길을 걷게되는 과정말이다. 영화 제목이 <모던보이>인 것도 이 과정에 꽤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또 하나는 조난실로 대표되는 그당시 대한이라는 나라를 위해 힘쓰셨던 모든 우리 조상님들의 불가피한 삶과 선택에 대해 생각나게 했다. 일신의 일시적인 행복보다 바로 지금 우리의 영원한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살고싶다"는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그들을 다시한번 돌이켜볼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주었다.
어떤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을 흥분케 하고 또 어떤 영화는 진한 감동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영화 <모던보이>는 진한 여운을 남기는 동시에 수준있는 볼거리도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참 좋은 영화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