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3
사가와 미츠하루 지음, 장은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을 읽으며 느낀 첫 감상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과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뭐랄까, 감정선이 닮아있다. 이 작품이 청소년 문학도서라는 점에서 조금 더 쉽게 읽히기는 하지만 특유의 소소함과 담담함, 그러면서도 깊은 담백함이 비슷하달까?

 

 

 

 추상적인 부분만 닮은 것은 아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안녕 시모키타자와』에서는 주인공(요시에)의 아버지가 불륜을 저지르던 상대와 함께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죽음이라는 사건을 통해서 요시에와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믿었던 사람의 배신을 급작스레 맞이한다. 그 어떤 준비 과정도 거치지 못한 채. 배신의 정확한 이유도 알지 못하고, 변명도 제대로 듣지 못한 상태로 말이다.

 

 이 책, 『우리 이모』 역시 그렇다. 요스케는 은행에 다니는 아버지와 집안에서 내조 잘하는 순응적인 어머니밑에서 꽤나 유복하게, 남 부러울 것 없이 자란다. 그러나 순탄하기만 했던 삶이 아버지의 불륜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져 버린다. 바람을 피우고, 그 상대방 여자를 위해 집을 사주느라 은행에서 돈을 횡령한 아버지. 아버지의 불륜과 횡령이 밝혀져 기소를 당한다는 사건을 통해서 요스케와 어머니는 믿었던 사람의 믿을 수 없는 배신을, 더불어 세상의 여러 수모와 경제적 고난을 떠안게 된다. 아빠의 불륜이라. 깊게 상상해 본 적은 없지만 나의 고통과 함께 엄마의 깨질 듯한 마음까지 감당해야 한다니 여간 슬프고 짜증나고 힘든일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 제일 흥미로운 점은 요스케의 심경의 변화와 정신적 성장을 살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요스케가 경제적 사정으로 인하여 엄마와 떨어져 난생 처음보는 이모와 함께 살면서 시작된다. 화목한 가정환경에서 명문중학교에 진입한 요스케의 머릿속에는 온통 엘리트 코스를 밟아나가는 것뿐이었다. 요스케는 공부도 잘하고, 여학생들에게 고백받을 정도로 인기도 있는 뭐 하나 빠질 데 없는 아이였다. 그만큼 남보다는 '나' 위주의 삶이었고, 나이도 어리니 때로는 거만하고 건방져 보일 수도 있는 타입의 아이였다.(물론 신중해서 겉으로 티내는 재수없는 타입은 아니고, 속으로 내뱉는 말을 통해 간간히 느낄 정도였지만.)

 

 그러나 엄마와 외모만 빼닮고 성격은 전혀 딴판인 이모를 만나게 되면서 요스케는 성장해 간다. 물론 이모만이 그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주위 환경이 요스케를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았지만, 부모님이라는 울타리에서 떨어져나와 케이코이모의 삶의 울타리에 편입된 일이 요스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모가 맡은 아동보호시설 '호보사' 에서 '타쿠야'를 비롯한 각자의 사정을 떠안은 친구들과의 만남도 덤으로,

 

 

 '이모는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려고 노력했다.

반면 엄마의 인생 최고의 주제는 '얼마나 안전하고 부유하게 살 것인가'였다.

결국 자매는 양쪽 다 남편에게 배신당했고, 사십대가 된 지금도 죽어라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자신이 불러온 불행에 맞서는 것과, 고난을 피하려 발버둥치다가 결국 불행해진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95쪽)

 

 이모의 삶에 경의를 표하다 못해 건방지게 엄마의 삶을 위와 같이 말하기는 하지만, 뭐 바로 반성하니 다행이다.

 

 

 

 요시코의 엄마 레이코와 이모 케이코의 삶은 비슷한 듯 달랐다. 그래서 난 이 작품에서 '우리 이모'라는 것이 결국 케이코 한 사람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레이코도 누군가에게 결국 이모였고, 앞으로 케이코 이모가 요시코에게 그랬듯이 누군가에게 적지않은 영향일 미칠 터였다. 결국 인생에서 끊임없는 방황기에 접어드는 한 사람의 삶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길 위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일 것이다. 한 사람이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일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새롭게 만난 소중한 사람으로 달래는 것인데, 그마저도 타이밍이 잘 맞아주지 않으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이모』는 일본에서 꽤나 호응이 좋아 속편에 이어 얼마 전 3편까지 출간되었다고 한다. 시리즈라는 사실을 알게되니 괜히 더 모르는 다음 내용도 궁금해진다. 이 책속에서 주옥같은 문장들을 건져내진 못했지만 사람들의 조금 쓰린 삶을 들여다 본다는 것, 누군가가 아주 미묘한 양씩 성장해 가는 걸 지켜본다는 점이 나름 매력있었다.  

  

 

 

 *자음과모음 서포터즈 북프렌즈4기 강정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